며칠 전에 제주도 분을 만났는데 제주도가 요새 너무 힘들다고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이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하면서 젊은이들이 대거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무안공항 사고로 저가항공 탑승률이 폭락했다고 한다. 이러니 제주도에 가는 관광객의 수가 급감한 것이다.
중국이 비자면제를 실시한다고 들떠 있는 한국 언론들을 보면서 비자 면제를 해서 중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양국 간의 교류 협력 증진이라는 추상적인 KPI의 달성 외에 결국은 중국 좋은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자 면제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득은 중국이 그 실은 우리가 고대로 짊어지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우화가 다시 재연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참 명분을 좋아한다. 중국이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하자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눈앞으로 다가왔다며 한중관계의 해빙, 신세대의 도약 등등의 구호들이 난무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구호조차도 사그라든 지 오래다. 주먹으로 맞은 고통을 망치로 맞은 아픔으로 잊고 살아지는데 익숙한 우리들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자가 면제된다고 해도 그렇게 혐중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한국 젊은이들이 중국을 방문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유명 숙박 어플은 중국이 비자 면제 정책을 반포한 직후에 중국 상해의 숙박 예약 횟수가 다음날로 바로 5배 증가했다고 한다.
공개된 자리에서는 그렇게 반일, 극일을 외치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면서도 제일의 해외 여행지가 일본인 것과 마찬가지로, 광장에서는 혐중을 외치고 밀실에서는 마라탕후루에 열광하고 중국 가는 예약을 서두른다.
중국에 많이 방문하고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절대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적극 권장할 일이다. 내 자신감의 깊이가 깊을수록 상대방에 대한 수용의 폭도 넓어지는 법이니 중국, 일본의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반대로 우리의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다만, 이제는 조금만 덜 명분과 허명에 집착하여 실리를 놓치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논어에 공자는 군자는 눌언민행(訥言敏行) 해야 한다고 했다. 말은 어눌하고 서툴지언정 행동은 철저하고 민첩해야 한다는 말이다.
광장에서 외쳐대는 수많은 구호들이 공허해지지 않게 내실을 기하고 우리 것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