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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읽는 변호사

중국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를 경계하자

by 중국 읽는 변호사

2006년 2월 6일 북경으로 어학연수길에 올랐다.

어제 같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날이다.

그 때에는 유학원이라는 것이 유행했다.

어학연수든 정식 유학이든 유학에 관한 절차 진행을 대행해 주는 업체였다.

같은 유학원을 통해 어학연수를 간 친구들이 8명 이었다.

대학생에서부터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가 큰 뜻을 품고 사표를 내고 어학 연수를 온 친구까지 구성이 다양했다.

그 때는 중국어가 영어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이 있던 시기였다.


북경에 도착한 다음날 우리는 의기 투합하여 북경 관광에 나섰다.

후통이라는 중국 전통의 골목 풍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 역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밀리터리룩 패션에 말총 머리를 한 중국 청년이 우리 일행을 향해 뭐라뭐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뭔가 불편한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북경에 도착한 이튿날이었다.

그 사람의 고함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에는 없었다.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지하철역을 허둥지둥 빠져나가고 있는데 그 친구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팔을 잡고 만류를 하는데도 아랑곳 없이 우리를 따라오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사람의 말 속에서 딱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한구어런” 한국인이라는 말이다.

뭔가 한국 또는 한국인에 대해 억울하고 분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초행길인 북경 시내 행차에 나이도 일행 중에 압도적으로 많아서 대장 노릇을 하고 있던 나는 혹시나 그 중국 사람이 어디 가서 패거리라도 끌고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어 바로 택시를 잡아 타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후통 관광은 자연스럽게 포기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한동안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났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 소리를 지른 말은 어떤 내용이었을지 참으로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한 한 학기의 어학연수과정이 순식간에 끝났다.

청화대학교 동북문 부근의 기숙사에 살았는데 그 주변에는 이른바 헤이처라고 하는 불법 자가용 영업을 하는 차들이 많았다.

동북문에서 오도구(북경의 오도구는 우리나라 대학로 또는 신촌 같이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유학생들의 활동의 중심지다)까지 적게는 5위안 많게는 10위안 정도하는 거리에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었다. 한 학기 동안 단골로 사용했던 차가 있었다.

그 차를 타고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에도 공항으로 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오도구의 한국 수퍼 앞에 차를 멈추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는 것이다.

수퍼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검은 봉투 하나를 내 밀었다.

봉투안을 보니 내가 평소에 한끼를 해결했던 김밥, 당시에 피우던 한국 담배 두 갑,

매일 같이 마시던 한국 캔커피가 들어 있었다.

떠나는 마당에 나한테 작별의 선물을 쥐어 준 것이었다. 한 한기 동안 나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 봤던 모양이다.

공항에 도착하여 중국 친구가 준 김밥으로 요기를 했다.

한 학기 동안이지만 중국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간다고 상장이라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벅찼다.

나의 중국 어학연수는 모르는 청년의 고함으로 시작해서

헤이처 기사 친구의 김밥으로 마무리지어졌다.


중국에 대해서 좀 안다는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 사람들은…어떻다" 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은 중국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분석해서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인지는 참 의문이다.

내가 위에서 든 두 가지 경우를 두고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을 싫어한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을 아주 좋아한다 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해 봐야 한국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있고, 한국을 싫어하는 중국인들도 있다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중국이나 중국인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일반화의 오류성이 없는지를 항상 살피고, 내고 본 중국의 이면에 다른 모습의 중국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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