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과 소비자
중국의 내수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내수 시장이 어려우니 과잉생산된 제품들이 미처 다 소화 되지 못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타고 싼값에 전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서방의 시각에 대해서 중국은 동의하지 않는다.
교역이 일어나는 것은 수입국과 수출국이 각각의 기회비용으로 산출된 비교우위에 의해 결정할 문제로 중국에서 과잉생산되는 물건을 무조건 수입하는 나라는 없으며
중국의 제품이 저가인 것은 기술과 혁신의 결과지 제고를 떨어내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덤핑을 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내수 시장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를 않는다는 말이다.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지갑에 돈이 없거나 돈은 있지만 미래를 위해 쟁겨 놓아야 할 경우이다.
중국인들의 지갑에 돈이 없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폭락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 쓴 대출금의 이자 부담으로 지갑에는 쓸 돈이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저축 의식이 더 강화된 것도 한몫한다.
도시가 봉쇄되는 고통을 겪으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 주머니에 돈을 충분히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돈을 쓰게 하려고 나라에서는 각종 쿠폰을 나누어 주고, 가전하향이라고 해서 과거의 오래된 전자제품을 새 것으로 바꾸면 일정금액을 보조해 주는 정책을 편다.
바닥이 보이는 지갑에서 사람들이 돈을 꺼내지를 않으니 마중물 같은 보조금을 넣어서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의 경제에 대해서 2019년(왜 이 시점을 이야기 하는 지 모르겠다만)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중국 경제는 망했다 같은 극단적인 말로 나름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과거의 어느 시점을 현재의 중국과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이미 과거와는 다른 2025년도의 중국의 모습을 과거의 시대상에 대입하여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가 연착륙을 한다. 경착륙을 한다. 중국 경제가 망한다. 중국 경제가 피크에 도달했다 이런 논쟁의 차원이 아니라 중국 경제가 망한다면 우리 경제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에 관한 어떤 견해도 우리가 중국 경제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부인하는 시간은 찾기 어렵다.
강건너 남의 집에 불이 났으면 뒷짐 지고 구경하면 그만일 터인데 그 남의 집에 내 세간살이가 들어가 있다면 뒷짐만 지고 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당장 헤엄이라도 쳐서 강을 건너가서 불을 크고 이미 불에 그을린 세간살이라도 끄집어 내 와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사람들은 실리보다는 명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중국이 김치나 한복을 자기네 거라고 했다고 하면 정말 온 나라가 난리가 난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별로 망설임 없이 내뱉는다.
옆집에 난 큰 불은 언제라도 불씨를 날려 우리집에 옮겨 붙을 수 있는 것이고 옆집이 불타서 이사라도 가 버리면 그 집에 쌀대고 옷팔아 살던 우리는 먹고 살 일이 막막해 진다.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라고 마음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경제가 가지는 복잡 다단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뭉뚱그려 저 집 경제가 어떻다. 이 나라 경제가 저떻다 할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인구 5,000만 국가인 우리는 고급차를 굴리며 상해 황포강 변의 백 억대 빌라에 사는 사람들과 한 달에 20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도합 14억 이나 모여 사는 국가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트럼트가 취임한 이후에 미중관계, 중국 경제 등에 관한 논의들이 넘쳐나고 있다.
물론 거시적인 틀 안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변화의 추세를 읽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수시장은 멀고 소비자는 가깝다.
중국이 내수시장이 안좋다고 하나 우리나라의 어떤 기업은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스파클링 요구르트 제품을 중국의 소비자들의 손에 쥐어 주기 위해서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용기도 중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좋아한다는 한국의 캐릭터 회사와 제휴하여 예쁘게 포장하고 중국의 트랜드에 맞게 제품의 성분도 수 십 번 실패와 개선을 거쳤다.
위기중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은 한 시기의 정치, 경제 문제를 가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높이 날으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고 했으나 그 갈매기는 자세히 보지는 못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했으나 너무 숲만 보게 되면 각각의 나무의 이야기는 듣기가 어렵다.
거시, 외환, 내수, 미중관계, 공급망 이런 거대한 담론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땅에 발을 디디고 서서 그들에게 필요한 우리의 것을 알아내고 찾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