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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도 Dec 15. 2021

나는 내가 서른이 될 줄 몰랐다

30대를 3년 살아본 서른둘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는 대통령이 꿈이었다.

30년 후의 내 모습이라면서

번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연설하는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사실 38살이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도 못하지만, 뭘 알았겠나..)


그리고 중학생 때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 땐 빨리 대학 생활을 하고 싶었다.


또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

지긋이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의 30대를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스물여덟, 스물아홉이 되면서

점점 ‘서른’이라는 단어가

지구의 멸망을 위해

빠르게 다가오는

큰 소행성 같아 보였다.


선을 그어 놓고

‘여기서부턴 서른이야’,

지금부턴 어른이야’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서른이 되는 해의

1월 1일은,

괜시리 우울하고 힘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3년을 살아보니

뭐 별 거 없었다.


나는 아직 26살때 듣던 노래를 듣고

23살처럼 장난치고

29살처럼 걱정한다.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로워진 건 맞지만

여전히 앞으로가 걱정된다.


재테크도 해야 되고,

연애도 해야 되고,

운동도 해야 되고,

친구도 만나야 되고,

자기계발도 해야 되고,

취미활동도 해야 되고,

일도 해야 되고,

효도도 해야 된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사실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어릴 적 그리지 못했던 30대를

한 층씩 한 층씩 그려 보려고 한다.


나는

매년 하나의

스스로 칭찬할 만한 이벤트가 있었다면

썩 괜찮은 한 해를 보낸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의 나는,

이직 2년차이고

4개월 간 대전으로 출장을 갔었다.

연초에는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아팠던 팔이 꽤 나아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내년에는 어떤 걸 준비해볼까.


나의 30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대에 스케치한 그림을

멋지게 완성할 수 있도록

예쁜 색깔들로 하나씩 채워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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