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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도 Mar 31. 2021

비와 당신 그리고 유럽-1

첫만남

2014년 4월 13일, 

학교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힘든 날들을 보내며

약 9개월 간 시드니에 머물렀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먼 타지에서

홀로 일한다는 것은 너무 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유럽배낭여행을 위해 이 악물고 버텼고,

여행준비를 하면서 이따금씩 마음을 다잡았다.


인터넷 여행정보카페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아봤고

그러다 내가 생각한 여행루트와 비슷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겹쳤고 

심지어 유럽으로 출발하는 날은 하루차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은 똑같기까지 했다. 

그녀와는 세부일정을 짜면서 

서로 좋은 정보를 공유했고 간간히 연락하며 지냈다.


시간이 흘러


2015년 1월 1일, 

시드니에서 열린 큰 규모의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고

그 날 오후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가족들도 보고, 친구들도 보면서 유럽 여행준비를 마쳤다.


1월 9일, 드디어 홀로 비행기를 탔고, 

낯설고 새로웠던 런던 땅을 밟았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어렵사리 찾아가 

제일 먼저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유럽 다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칩을 사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 전날 미리 도착한 그녀에게

나도 무사히 잘 왔다고 연락을 하고

곧 만날 날을 고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런던에서 조금 떨어진 

캠브릿지에 사는 친척집에 있었고, 

우린 런던에서 만날 시간이 나지 않았다.

 

런던에서의 일정은 4일이었고 

숙소에서 만난 형과 

빅벤, 런던아이, 타워브릿지 등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 중 수년 째 좋아하는 축구팀, 첼시의 홈경기를 본 건

평생 기억에 남을 짜릿한 경험이었다.

 

런던은 중후한 멋이 나는 

중세양식의 건물과 세련된 현대양식의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고 

그 사이로 빨간색 이층버스가 활보했다. 


4일 내내 우중충하고 비가 자주 내렸지만 

그마저 ‘런던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짧은 런던 일정을 뒤로하고 

1월 12일, 해저를 통과한다는 유로스타를 타고 

낭만의 도시, 파리에 도착했다. 


다행히 파리의 숙소는 

기차역과 가까운 곳이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창밖엔 머리칼이 살짝 젖을 듯한 비가 내렸고 

무언가 운치를 더해주었다.

런던에서 만나지 못한 그녀는 

곧 내가 있는 숙소로 올 예정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그녀의 숙소도 나와 같은 곳이었다.) 


내가 먼저 숙소에 도착했고 

두어 시간 후 그녀가 도착할 예정이라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곤 그녀가 도착했다는 연락에 

로비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 앞엔 

처음이지만 무언가 낯익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서로 흠칫 놀랐다가 

이내 옅은 미소로 인사를 나눴다. 

그때가 문자와 전화로만 연락하고 지냈던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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