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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도 Apr 01. 2021

비와 당신 그리고 유럽-2

비오는 바르셀로나

그녀가 자기 방에 짐을 풀고, 

우리는 1층에 있는 쉼터에서 간단히 얘기를 나눴다.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었지만 

꾸준히 연락했던 터라 

서로 알고 있었던 것이 많았고, 

새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이내 밤이 늦어 각자 방에 가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만나 

함께 식사를 마치고 

숙소 근처였던 몽마르뜨 언덕을 갔다.

그녀는 작년에도 파리에 온 적이 있었고 

몽마르뜨 언덕도 두 번째였다.

덕분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고, 

대개 사람들이 찾기 어려워하던 

‘사랑해 벽’도 쉽게 갈 수 있었다. 


우린 생각보다 금방 친해졌고 

파리 이곳저곳을 함께 다녔다. 


하지만 서로의 일정이 있어서 

하루만 같이 다녔고 

남은 일정은 따로 보내게 됐다. 


그래도 매일 연락하며 

안부와 여행에 대한 얘기들을 나눴다.


기대만큼이나 좋았고 설렜던 

파리와 인사를 하고 

이른 아침 바르셀로나로 이동했다. 


한국보다는 아니지만 

꽤나 추웠던 런던, 파리와 달리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는 포근하다는 느낌부터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이동이라 피곤했지만 

간만에 날씨가 좋아 

숙소에만 있기가 아쉬워 나가기로 했다. 


보수공사중인 까탈루냐 광장을 지나 

람블라스 거리를 한 바퀴 돌아봤다.


가격도 저렴하고 은근한 정이 느껴지는 

보케리아 시장도 있었고, 

거리 끝엔 콜럼버스 동상도 우뚝 서 있었다.

사람들도 자유로워보였고, 

확 트인 광장엔 춤을 추며 

사람들 이목을 끄는 무리도 있었다. 


피곤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걸어갔고, 

겨울바다 앞에 앉아 한참 음악을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다음날, 아침부터 가우디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호주에서 계획을 짤 때, 

그녀와 시간이 겹치는 날이라

같이 예약을 해두었었다. 


가우디의 초기 건물부터 

구엘 공원,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등 

하루 종일 가우디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가히 천재라 부를 만했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또, 그녀와도 하루 내내 함께하다 보니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다들 초면인 투어 내에서 

둘만 아는 사이라 

연인으로 오해받기도 했고 

그런 오해 때문에

그녀가 괜히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엔 비가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 유럽여행에서 비는, 

어찌 보면 동반자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자주 내렸다. 


따뜻하고 쾌청한 날씨가 매력인 바르셀로나에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는 오랜만이라고 했다. 

비 오는 날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뭔가 특별한 날 같아 나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와 나는 시간이 나서 

간단히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창밖엔 추적추적 내리는 비, 

가게 안은 은은한 조명과 기분 좋은 음악, 

내 앞엔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낯선 곳에서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신선한 느낌이었다.


얘기를 끝내고 숙소로 오려는데 

그녀의 우산이 고장나서 

어쩔 수 없이 데려다 주게 되었다. 


함께 쓴 작은 우산 안에선 

이유 모를 정적이 흘렀고 

내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녀를 만났던 다른 날과는 달리 

그 순간만큼은 굉장히 어색했다. 


빗줄기는 더 세져 

우산 밖으로 삐져나간 내 어깨를 적셨고 

겨우 그녀의 숙소 앞에 다다르자 

약간은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우린 또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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