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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도 Apr 03. 2021

비와 당신 그리고 유럽-3

분홍색 머리핀

바르셀로나 이후, 

아쉽게도 그녀와는 

서로 일정이 크게 달랐고, 


다음 여행지인 스위스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연락도 할 수 없었다.

(특정 국가에서만 사용 가능한 유심을 샀었다ㅠ)


그렇게 

지금 생각해도 떨리고 

인상 깊었던 

바르셀로나에서의 기억을 안고 

각자 여행에 전념했다.

나는 여행 속 휴식을 위해 

스위스 일정은 

철저히 혼자이길 원해서 

등산, 숙소 등 모두 혼자였다. 


최대한 휴대전화 사용도 하지 않았고, 

자연을 더 보고 느꼈다.

스위스의 여러 도시들을 둘러보고 난 뒤 

로마로 넘어가기 전 

이틀 정도 베네치아에 묵을 예정이었다.


여행의 반 정도를 지난 시점에서 

한식이 그리웠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한인민박을 택했고 

대중교통인 배를 타고 숙소로 갔다. 


한국인이 반겨주는 숙소에 

짐을 풀고 방에 잠시 누워 있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하는 마음에 

거실로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있었다. 

서로 정말 놀랐고 반가워 했다.


하지만 내가 들어온 그 날, 

그녀는 저녁에 떠날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여행은 재밌었는지 얘기도 할 겸 

숙소 근처를 걷기로 했다. 


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고 

자동차가 없는 수상도시인 베네치아는 

특별함 없이 특별했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은 

리알토 다리였다. 


그녀는 그 곳으로 안내해줬고, 

못 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함께 걸었다. 


마침내 다다른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본 

베네치아는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에 일가견이 없는 나지만 

찍는 대로 그림이 되었다. 


또, 이 날은 비가 오지 않고 

맑은 하늘이었다. 


맑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야할 텐데 

약간의 아쉬움은 뭐였을까.

곧 떠나야 했던 그녀와 

짧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의 짐을 들어주고 

선착장까지 배웅을 나갔다. 


우리는 또 바르셀로나에서처럼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잘 가고 여행 잘하고 

밥 잘 챙겨먹고 잘 지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게 아무 표현도 하지 않았지만, 

다음에 또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그 땐 특별한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덜컥 내뱉어 버렸다. 


알 수 없는 그녀의 표정과 

알겠다고 돌아온 대답. 


잘 가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손에 

분홍색 머리핀을 쥐어줬다. 


여행 잘하라는 말로 

그녀를 보내고 

더 이상 말없이 뒤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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