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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도 Apr 03. 2021

비와 당신 그리고 유럽-마지막

운명

베네치아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로마의 휴일을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타고 로마로 향했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가끔 내리는 비가 반갑지 않았다. 


여행에 지쳐버린 건지 

어이없는 실수도 많았고 

부주의로 가방도 잃어버렸다. 


그렇게 여행에 대한 의욕도 잃어가고 

아쉬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곤 마지막 여행지인 

터키의 이스탄불. 


그래도 먼 길 왔는데 

힘내서 하나라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다니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야간버스를 타고 

장장 12시간을 달려 

카파도키아라는 곳도 갔다.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열기구 투어가 

그곳에서 진행됐고 

궂은 날씨였지만 

다행히 카파도키아 상공을 

날아볼 수 있었다. 


이 역시 내 생애 손꼽히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2015년 2월 8일, 

터키 현지 시각으로 16시 20분,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그 날은 또 지긋한 비가 내렸고, 

'내 유럽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터키 역시 

내가 샀던 유심으로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고, 

공항 와이파이도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녀와 귀국하는 날이 같았던 것이 기억나 

연락해보려 했지만 

그 넓은 공항에서 그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체념하고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로 이동했다.


유럽에서의 한 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정이었고 

수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단 그녀를 만난 일뿐만 아니라 

만나고 스쳤던 수많은 인연들, 

크고 작은 사건들, 

내 생애 큰 경험이었다. 


그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넘겨보며 

지난 한 달을 회상했고, 

아쉬움 묻은 뿌듯한 미소를 머금고 비행기에 올랐다. 


내 자리는 가장 끝 창가였는데 

그 옆에 누군가 미리 타있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자리를 향해 

복도를 걸어갔는데

옆자리엔 분홍색 머리핀을 꽂은 

그녀가 앉아있었다. 


우린 

또 한 번 그렇게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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