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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도 Jun 17. 2021

구석탱이에있는 책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

쉬는 날 

가끔 중고서점에 들르곤 하는데, 

들를 때마다 눈이 가는 곳이 있다.


책장의 가장 아래, 

그리고 그 칸의 가장자리. 


제목을 제대로 보려면 

한발 뒤로 물러서야 하고, 

저자를 알려면 

무릎을 접어 쪼그려 앉아야 한다. 


그렇게 앉아 

책을 무던히 꺼내 들어 

왼손으로 받치고 

오른손 엄지로 차르륵 넘겨보면, 

역시나 흥미는 쉽게 생기지 않는다. 


빳빳한 듯 누리끼리해진 책을 

다시 꽂아 넣고는 다른 코너로 가본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몇 차례 하체 운동을 하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가는 책이 나타난다.


그 책은 

나에게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가지라고 얘기한다.


‘인생은 레고와 닮았다. 

규칙과 상상력을 동시에 구현하고, 

자체적으로는 의미를 갖지 않는 재료들을 모아 

의미와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책들이 

왜 거기 있었는지 알겠다고 하기엔 

너무 결과론적인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른 책들이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줄 수 있을 것이고, 

낡은 중고서점의 책장이 

가득 차 보이게끔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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