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이 왔다
10층은 여전했다
밤이면 둥둥둥 쿵쿵쿵
친정 엄마라도 오는 날엔 새벽까지 둥둥둥
발망치 소리에 올라가
분노에 찬 눈으로 10층 인터폰을 누르고 노려봤다
10층은 더 이상 올라오지 말라며
문 밖을 나오지도 않은 채
인터폰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심장이 화를 못 이겨 울컥울컥 뛰었다
다음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무언가 잔뜩 적힌 종이를 발견했다
아랫집 항의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내가 찾아왔던 날짜와 시간
경비실을 통해 연락한 것을 세세히 적어
엘리베이터와 입구 게시판에
동 호수를 공개적으로 적어 붙여놨다
종이를 발견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찬 나는
그 종이를 들고 관리사무소로 찾아갔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종이를 모두 회수하고
10층에 연락을 했다
이런 종이를 붙이면 불법이라고
그럼에도 사과조차 없는 10층의 무례함은 대단했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사이센터에 10층을 신고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10층 우편함에
이웃사이센터에서 온 우편물을 보았다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집과 10층을 중재하겠다고 한다
두 분이 감정적으로 대하지 마시고
서로 사과하고 양보하면 안 되겠냐라는 말을 했다
만날 필요 없이 실내화 하나만 신어달라고
게시판 명예훼손 사건도 사과하지 않았으니
삼자대면은 원하지 않는다 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어떻게 전달을 했는지 모르지만
10층 여성은 전보단 많이 조용해졌다
그럼에도 잔잔한 발 망치는 여전히 이어진 걸 보면
실내화는 신지 않지만
조용히 걸으려 노력하고 있는 걸 느꼈다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10층 여성을 마주치는 건
참으로 곤욕이었다
그럼에도 마주칠 때마다 나는 인사를 했다
10층 여성은 한동안 모른척했고
나중엔 고갯짓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언젠가부터 발망치가 거의 사라졌는데
정확히 표현하자면 집에 사람이 없는 느낌이었다
1년 후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사이가 좋았던 아랫집 8층은 직장 관계로 이사를 갔다
곧 10층도 이사를 갔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삿짐은 여자 따로 남자 따로
이틀에 걸쳐 이삿짐을 옮겼다
아마도 이혼을 한 듯했다
그렇게 친정 엄마가 자랑하던 풀인테리어를 한 집엔
홀로 사는 중년 여성분이 이사를 오셨고
층간 소음으로 힘들었던 얘기를
쪽지에 적어 선물을 미리 전했고
그제야 발망치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 1회 찾아오는 청소도우미 할머니 발망치가
엄청났지만 오후엔 청소가 끝났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아파트에서 발망치정도는
모두들 듣고 사는 건가 생각이 들면서
새로 이사 온 10층에 고마워졌다
8층은 할머니와 중년아들이 이사 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초등학생 아이가 있어
우리 집이 시끄럽거든
꼭 연락을 달라 조심하겠다 했으나
하나도 안 들린다며 괜찮다고 한다
집에 사람이 거의 없으니 마음껏 지내라고
마음이 놓였다
새벽에 샤워기 탕탕 놓는 소리가 잔잔히 들렸으나
2년을 발망치로 시달려 그런가
이 정도는 참을만한 소음이었다
아마 귀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모든 소리가 다 들렸지만
차츰 익숙해졌던 것 같다
층간소음을 겪은 사람들은 귀가 트였다고 표현하는데
귀트임을 고치려면
조용한 곳에서 오래 있으면 서서히 닫힌다고 했다
나는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 귀가 닫혔다
7년을 9층에서 보냈다
구축 사이드 확장집이었던 9층집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웠지만
층간소음 걱정 없이 잘 살았던 고마운 집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를 위해
조금 더 넓은 집에서 10년을 살자며
6천만 원을 들여 공들인 인테리어를 하고
11층 집으로 이사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