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에 대한 이해
다음 날 10층 친정엄마라는 사람은
우리 집 인터폰을 눌렀다
띵동 띵동
어제 일이 미안해서 찾아온 줄로만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본인 딸 집을 리모델링을 했는데
보일러가 잘 안 되어서
우리 집은 어떤지 물어보려 왔다며
10층에 올라와서 한번 봐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하며
우리 집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남의 집을 구석구석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인테리어 얼마 주고 했어요?" 라며 묻는다
전 집주인이 해놓은 그대로 온 거라 모른다 했더니
"매매예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한다
듣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동의도 없이 구경을 실컷 하고 나선
10층으로 같이 올라가자고 한다
잘 지내서 나쁠 것도 없겠다 싶어
그러겠다고 했다
보일러를 봐 달라는 10층 친정엄마는
딸 집 인테리어를 자랑하기 바빴다
우리 딸과 또래 같은데
발소리 정도는 이해하며 살면 안 되겠냐면서
어제 찾아간 이유를 다시 설명했고
슬리퍼만 신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얘기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사실상 본인 돈을 보태어
인테리어를 비싸게 했다는 자랑이었다
그러고도 발 망치는 이어졌다
몇 날을 참다 올라가서
부탁하고 부탁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밤 9시가 되면 나도 모르게 불안해져
귀를 쫑긋 세우고 윗집에 귀 기울이는
하루하루가 너무 싫었다
어느 날은 온수매트를 정리하다
매트가 없는 작은 방에서 리모컨을 떨어뜨렸다
내 심장도 덜컥 떨어졌다
인터폰이 울렸다
띵동 띵동
”혹시 물건 떨어뜨리셨어요? “
이번엔 8층 여성이었다
밤엔 10층 발망치 낮엔 8층 예민함이라니
인터폰 소리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분명 방금 난 소리에 온 것이리라
8층 여성을 집안으로 편하게 들어오시라 했다
우리 집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온 집을 가득 채운 매트에 놀란 듯했다
아랫집은 사실 큰 소리가 나서 온 것은 아니고
본인이 소리에 오해하지 않기 위해
확인하러 올라온 것이라고 한다
엄지손가락만 한 리모컨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내밀어 보여주었더니 조금 놀란 기색
(이 조그마한 걸 떨어뜨린 소리??? 하는)
강마루는 소리가 울려서 크게 들리는가 보다 라며
다음부터는 이해하겠다고 한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 처음엔 좀 걱정했었다고
매트도 많이 깔아주셨고
전 집주인보다 조용해서
감사하다고도 전하러 온 거라고 했다
삐뚤어진 마음으로 8층을 바라보던
내 마음도 조금은 풀렸다
그리곤 식탁에 앉아
우리 전에 살았던 본인의 윗집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부부와 고양이가 사는 8층은
우리가 이사오기 전
매트 한 장 깔지 않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말이 안 통하는 엄마와 그의 아들
매일 찾아오는 언니와 조카가 살았다고 했다
실제로 부동산을 통해 집 보러 갔을 때
거실에는 티비, 에어컨 외 가구라고는 없었던 집
수차례 실내화, 매트를 깔아달라 호소했지만
아파트니까 이해하고 살라던 집이었다고
그들이 조용해지기를 잠들기만을 기다리며
울면서 놀이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고
그래서 아이가 있는 집이 이사 온다 들었을 때
지레 겁먹고 우리에게 예민하게 굴었던 것을
미안해하며 선물을 스윽 내미셨다
8층은 명절마다 우리 집을 챙겼고
먹을 것이 생기면 나누었고
가끔은 서로의 집에서 커피도 마시곤 했다
물론 가끔 가구, 가전을 옮긴다거나
손님이 온다거나 할 때는
집에서 일하는 아랫집을 위해 미리 알렸다
사소한 연락이었지만 8층은 우리 집 소리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층간소음은 소음이 문제가 아니라
이웃 간에 이해와 배려 감정의 영역임을
피해자와 가해자였던 나는 잘 알고 있다
윗집은 대단히 잘못 만난 것 같으나
요즘같이 삭막하고 흉흉한 세상에서
좋은 아랫집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그 사실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