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부터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켜고 끄는 소리 같은 효과음
아랫집엔 티비가 없었기네 윗집이겠거니 생각했다
소리가 밤 11시에 난 적이 있기에 찾아가서 얘기하고
티비 설정 변경 방법을 알려줘야겠다 라는
참으로 순진한 생각을 했다
문을 두드렸고 할아버지가 나왔다
(부모님과 비슷한 또래같았다)
인상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 70대로 보이는 노부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때부터 꺼림칙했으나
말할 건 해야지 싶었다
최대한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티비 켜고 끄는 소리가 밤늦게 크게 나서 왔다고 하니
문을 열어주며
"맞아~ 이게 언제부턴가 자꾸 나는데 끌 수가 없더라고 며느리도 못했어" 라며
할아버지가 리모컨을 선뜻 건네주었다
할머니는 나를 경계하듯 안마의자에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티비 켜고 끄는 알람음을 꺼드렸더니 고맙다하며 두런두런 얘기를 했다
저번에 화장실 소리로 관리사무소에서 찾아왔었노라며
할머니가 물어보기에 집에서 삐~ 하는 수전 고장난 소리와 탕탕탕 하는 수격음이 들리고 우리집의 아랫집에서도 물 내려가는 소리가 크다하여 소리의 원인을 찾아 관리사무실에서 먼저 할머니집에 찾아온 것 같다고 잘 설명 했으나 인테리어 소음을 참아준 것도 힘들었는데 이사 하고 인사도 없고, 물소리로 민원을 넣어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함을 애둘러 표현 했다
인테리어 시작 전 먼저 인사를 왔었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던 것과 10층 이야기도 설명하면서 다음에는 맛있는 것을 들고 다시 인사오겠노라 했다
말이 길어지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안마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가자미눈을 뜨고 대화를 나눴다
온 거실이 울리던 쿵쿵 소리의 원인은 저 안마의자에도 있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내가 나이가 어려 무시하는 느낌이 대화중에 조금씩 느껴져서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일단 티비소리는 해결했기에 집으로 내려왔다
아직 발망치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채로..
며칠이나 지났을까
낮에 온 집을 울리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분명 드라마 올인 OST
거실 아트월쪽 벽에 귀를 대었더니 엄청난 소리와
대사들이 생생히 들렸다
10층에 가봤더니 문앞이 너무나 조용하다
12층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도 전부터 현관에서는
크고 웅장한 음악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인터폰을 하고 문을 두드려봤지만 티비소리가 너무 커서 잘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나는 왜 이런 이웃들만 걸리는거야..?
분노가 들끓다 못해 피가 절절 끓는 느낌이 든다
저녁엔 낮만큼은 아니었지만 거실을 웅얼웅얼하고 울리는 윗집 티비 소리가 힘들게 했다
도저히 얼굴보고 얘기하기 화가 날 것 같아 경비실로 연락을 했다
할머니의 잔뜩 화난 목소리가 벽을 타고 우리 집까지 들렸다
"내 집에서 티비도 마음대로 못 봐요???"
무어라 인터폰으로 경비원에게 잔뜩 화를 내고서는
안마의자로 가는 동선이 그려질 정도로 세게 발을 찍어대며 걸어간 후 볼륨을 줄였다
그제서야 웅웅하고 울리던 집이 조용해졌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나 싶어 눈물이 났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들썩, 덜컥 하고 내려 앉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