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 집 7화

인류애가 박살 나던 순간

by 새벽달

언제나처럼 귀마개를 빼며 일어나려는데 발망치소리가 더욱 커졌다

분명 어젯밤 인터폰이 기분이 나쁨을 표현하는 것 같다

온 방을 힘주어 꽝꽝 걸어 다니니 천장이 무너질 듯하다


아이가 묻는다

"할머니 엄청 시끄러운데?"


보복소음이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심장이 당장 입 밖으로 당장 뛰쳐나올 정도로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아이는 귀가 트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결국 예민한 내가 이 사단을 만든 걸까?

내 잘못이야라고 자책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한참을 펑펑 울었다


이 집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심장이 개구리처럼 팔-딱 하고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정신과를 찾아봤다

집 주변엔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얘기하고 털어버리고 싶어서

근처 가정의학과를 방문했다


이 의사라는 작자는 층간소음에 보복소음까지 당해

심장이 두근대서 온 환자에게 예민해서 그렇다,

다른 곳에 신경을 써봐라

딱 봐도 예민할 것 같다는 둥 피부에 여드름이 나는 이유도

신경이 예민해서라는 망언을 약 40분을 펼치고

1분만에 항불안제를 처방전을 주곤 상담이 끝났다

약을 먹어 해결될 일이 아니니 잘 생각해 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니가 안당해봤다고 그딴 소리를 하냐?" 라고

받아치고 싶었다


항불안제를 받으러 약국에 갔을 때

약사님은 나에게 왜 이런 약을 젊은 사람이 먹냐고

힘든 일이 있냐는 말을 건넸다


이 말이 듣고 싶었나보다

공감받고 싶었다


그제야 위안이 되었는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이런저런 일들을 얘기했다

약사님은 요즘 그런 악독한 노인네들 잘 없는데

잘못 걸렸네 힘들었겠다 힘내라고 해주셨다


내내 목에 걸린 덩어리 같은 게 조금은 작아진 느낌


약을 받고 이야기를 들어줘서 감사하다 전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 뒤론 엘리베이터에서 12층 노부부를 만나도

인사는커녕 가자미눈을 뜨고 서로 모른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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