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시작
포도를 들고 갔을 때 할머니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첫 번째
주말마다 캠핑을 다닌다
빠르면 금요일 저녁 출발 일요일 새벽 도착
늦으면 토요일 새벽 출발 일요일 오후 도착
자신들은 주말에 집을 비우기 때문에
우리에게 조용하니 좋겠다고 하는데
캠핑용품을 바닥에 쾅 내리고 질질 끌고 다니는데
대체 어디가 조용하다는 건지?
평일은 6시 할아버지 기상 및 출근
현관문을 나서는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이어 7시 할머니 기상 및 발망치와 뭘 끌고 다니는 소리
안마의자 국국국 천장을 울리는 소리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집 소음의 대부분은 할머니구나
두 번째
본인이 다리가 좀 좋지 않고 몸무게가 있기 때문에
발소리가 좀 크다며 본인 입으로 얘기했다
실제로 할머니는 노인치고 신장이 꽤 크고 기골이
장대하다
물론 그에 맞게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크다
발소리를 스스로 알고 있으니 조심하지 않을까?
아니다
고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냥 참고 살아라는 소리다
세 번째
12층 자신도 13층 소음을 참고 산다
아파트는 이 정도 소음이 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
새댁이 예민한 거다
층간소음을 내는 인간 부류는 정상인과 사고가 다르다
괜한 기대를 하면 안 됐는데
나는 아무 결말을 짓지 못한 채 훈계만 듣다 내려왔었다
휴
이후 몇 개월을 또 참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슬리퍼를 두 개 사들고 간식을 들고 방문했다
이 방문이 마지막이기를
할머니는 본인 윗집도 아이가 꿍꿍 뛰는 소리가 들려도 참는다며
공동생활은 다 그렇다 얘기한다
TV 소리는 원래 크게 들어야 볼 맛이 나지 않냐며
볼륨을 왜 낮춰야 하냐며 당당히 얘기한다
야간에는 조금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고
발걸음 소리가 새벽 밤마다 심해서
슬리퍼를 사 왔는데 신어주심을 부탁드린다 했더니
할아버지가 이런 것 사 오면 나에게 화를 내서 싸우게 된다며
집에 있는 슬리퍼를 신어볼 테니 사온건 다시 들고 가라 하셨다
할아버지에게 혼나서 싸우는 건 싫고
아랫집이 힘들다 부탁하는 것도 듣기 싫다
어쩌라는거지?
방관하는 할아버지도 이젠 미워진다
그리고 자꾸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욕탕을 다니는 할머니들이랑 나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참 예민한 새댁이 이사 와서 힘들다며 뒷담화를 했다는 얘기를
당당하게도 하신다
어느 날은 새벽 5시 끼릭끼릭 소리와 함께 베란다 물을
세게 트는 소리와 우수관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에
남편이 새벽에 놀라 무슨 소리야? 하고 내게 물었다
이사 온 후 귀마개를 하고 잠들었기에 비몽사몽 일어나
이게 무슨 소리인지 베란다로 나가 확인했다
12층 윗집은 이 새벽에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물만 주면 다행이었겠지만
우리 집 베란다 방충망과 틀에 다 흘러내리고 있다
방충망엔 흙물이 줄줄 흘러들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경비실에 밖으로 물 뿌리지 말라
전해달라 했지만 인터폰을 받지 않아 경비실에서 직접 찾아가 전달했다 한다
그렇게 전달 했음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새벽에 물을 뿌려댔다
돌아보면 일부러 뿌렸나 싶기도 할 정도로
밤 11시까지 또 TV소리가 이어졌다
웅얼웅얼 이명이 들리는 느낌
결국 경비실에 티비 소리 줄여달라고 전했다
이번에도 인터폰에 대고 소리를 빽 지르며 내 집에서 티비도 못 보냐 한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우리 집에서도 다 들릴정도다
언제나 문제는 할머니다
이쯤 되면 치매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는 왜 이런 집을 사서 리모델링했을까
아이는 이제 전학을 와서 빨리 이사 갈 수도 없다
독에 갇힌 쥐처럼 집에 있드면 불안함이 맴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