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뿌린대로 거두리라
아랫집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인터폰으로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어른이 안 계셔서 문을 열어줄 수 없다한다
“윗집에서 왔어요 문 앞에 걸어두고 갈 테니
나중에 꼭 가져가세요 “ 하고
인터폰에 대고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랫집 중년 여성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아파서 낮에 집에서 쉬는데
소음이 많이 들려서
화가 난 상태로 말해서 미안했다고
아이가 어린 걸 알았으니
본인도 이해를 하겠다 하시기에
나도 매트를 깔겠지만 더 조심하겠다 전했다
서로 아이에 대해 얘기하면서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아랫집은 중학생 딸과 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이미 거실에 깔려있던 큰 매트를 보시고는
화가 누그러진 듯 보였고
오히려 나에게 이해해줘서 고맙다 하셨다
아이를 조심시키겠지만 시끄러울 때가 있으면
연락해 달라고 연락처를 건넸다
아이가 커갈수록 우당탕쿵탕 더한 소음을 냈으나
아랫집 중년여성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아이가 두 돌이 조금 넘었을 때
남편은 서울로 발령을 받았고
우리는 이사를 가게 되었다
새 집에 이삿짐을 옮기고 있던 때
우리 집에 누수가 있다고
매도인이 화를 내며 연락이 왔고
곧이어 아랫집 중년여성에게도 연락이 왔다
아랫집에서는 천장에서 물이 새서 올라가 봤더니
입주청소를 하면서 물을 바닥에 잔뜩 뿌려
아랫집 천장에 누수가 생겼다고 했다
우리 잘못이 아니었지만
한참 먼 곳으로 이사온지라
우리 잘못이 아니라는 입증할 방법도 없고
찾아가 볼 수도 없었다
아랫집은 이사에 정신없는 우리 대신
누수 책임 여부를 확실히 해주었다
청소업체의 잘못이니
자신이 이 문제를 현 매도인과 해결하겠노라
이삿날 기분 좋게 가시고
더 신경쓰지 말라고
행복하게 살라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감사하고 행복했던 신혼집이었다
새로운 우리집 9층은 조용했다
10층 신혼부부가 이사오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