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의 분노
그날은 아이가 주방에서
이유식을 만드는 내 옆에 앉아
냄비를 장난감으로 탕탕 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시끄러워서 못살겠어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랫집의 분노가 가득한 얼굴을 마주했다
너무 당황하고 놀란 나는
"아.. 어떤 소리 때문에 그러세요?"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하던 아랫집 중년여성은
최대한 꾹꾹 참는 어투로
"바닥에 뭘 그리 내리치고 끌고 다녀요?
시끄러워 살 수가 없어요!! “
내려쳐? 아! 냄비!
얇디얇은 주방매트 위에서
냄비를 가지고 놀던 아이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죄송하다 주방 쪽에도 매트를 깔겠다 전했고
조심하겠노라 약속했다
아랫집은 화가 가라앉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내려갔다
나도 층간소음 가해자구나!
아랫집이 그래서 이사 간 건가?
애가 어린데 어떻게 다 통제하지?
유아매트 비싼데 사줄 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화만 내고 갈 일인가?
당황 분노 억울 미안함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랫집에서 시끄러워서 올라왔었다고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편은 이미 깔려있는 거실매트 외
모든 바닥을 덮을 매트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도넛을 한 박스 사다가
내일 아랫집에 찾아가서 사과하라고 했다
사실 속으로는
다짜고짜 화를 낸 아랫집만 신경쓰고
내 편을 들어주지도 않네?
서운하고 억울해서 사과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윗집도 그런 마음이었겠다
문득 떠올랐다
역지사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윗집이 얼굴도 모르는 아랫집에서
분노로 가득한 메모를 받고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우리 집에 찾아왔던 것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도넛 한 박스를 사다가 쪽지를 적었다
"주방까지 깔 매트를 주문했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잘 몰랐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똑똑똑"
아랫집에 노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