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 벌 프롤로그

배우일 수밖에 없는 남자 프롤로그

by 뚱냥이

무대 위의 벌 – 배우일 수밖에 없는 남자


프롤로그



밴쿠버 뒷골목.

비가 내리는 가을밤이었다.

밴쿠버의 우기 시즌은 언제나 축축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유난히 깊은 어둠과 어긋난 계절의 추위가 뒤섞여 있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좁은 뒷골목은 차가운 빗물과 뿌연 안개에 잠겨 있었고, 석재 벽 틈으로 스며든 물방울이 어둠 속에서 얼룩진 그림자를 그렸다.

공기는 무거웠다. 눅눅했고, 바람은 날아온 빗물이 얼굴을 할퀴고 가게 만들었다.

회색빛 장막, 습기 머금은 바람, 긴 빗줄기는 단순히 거리와 하늘을 적시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모든 존재를 포획하듯 밀려왔고, 가로등 아래 비친 그림자 속에서 날카로운 콜드-화이트 불빛을 흩뜨렸다.

비 속에, 골목 끝 작은 쓰레기 더미 옆, 한 남자가 있었다.

‘왜 항상 비일까.’

젖은 슈트의 재질은 이미 가죽처럼 번들거려 있었고, 길모퉁이에 생긴 웅덩이로 내려앉은 잿빛 하늘의 흔적이 그의 바짓단에 점처럼 찍혀 있었다. 쓰레기에 쭈그려 앉은 그는 고개를 숙여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무대 위에선 조명이 날 비췄는데, 이제 내 위에 쏟아지는 건 이 싸늘한 빗줄기뿐이로구나.’

이민하.

그 이름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했었다.

국내 최대 종합 메디컬 그룹 해성가의 장손, 그리고 전설의 배우 신미라의 아들.

그러나 지금 이 골목에서, 그 이름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민하, 너는 해성가의 장손이지. 전설의 배우, 신미라의 아들이지. 모두가 너를 문화계와 재계의 결합이 낳은 황금 신동이라고 불렀어. 하지만 지금의 너는….’

그는 다음 세대의 불꽃으로 지목받았던 아이였다.

해성그룹 오너 일가의 자녀로서, 훤칠한 외모와 눈부신 재능을 타고났고, 어린 시절부터 각종 예술적인 수식어로 칭송받던 사람이었다. 그의 존재는 언제나 무대 위에서 비현실적일 만큼 반짝였으며, 그는 그 무대의 빛을 먹고 자랐다.

‘무대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대 위의 호흡만이… 나를 숨 쉬게 해….’

축 늘어진 그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플라스틱 끝에 매달린 빗방울이 흔들렸다. 눈꺼풀은 무거웠고, 손등에는 진한 피멍과 부풀어 오른 정맥이 도드라져 있었다.

‘이건 가짜야… 연기도 아니고, 삶도 아니지…. 이따위 약으론 내 가슴을 뛰게 할 수 없어… 알아, 알지만….’

비는 쉬지 않고 그의 몸을 때렸다.

젖고 닳고 찢어진 의식 속에서, 그는 고개를 들 힘조차 없었다.

‘날 받아줄 무대가 없다면, …난, 꿈에서라도… 연기하고 싶어.’

손등부터 팔목에 이르는 퍼런 멍과 주삿바늘자국. 그것은 그의 육체와 의지를 갈가리 찢어놓은 흔적이었다. 무대를 잃은 그는 이미 그 모든 자유를 잃은 존재였다.



**


비가 잔뜩 내리는 밴쿠버의 우울한 밤, 좁은 뒷골목에서 민하의 고요하던 몸은 자연스럽게 이방인의 시선을 끌었다.

골목 윗길, 작은 편의점에서 나오는 젊은 남자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뒷골목 쪽으로 눈길을 던졌다. 음산한 빛과 함께 얕은 바람이 부딪치던 소리들 속에서, 그는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

“Hey… what's that?”

…저게 뭐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젖어 있는 뒷골목, 한 남자가 찢어진 윤곽으로 가로등 아래 웅크려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주사기로 의심되는 물건이 들려 있었고, 주변에는 작게 흩어진 흰 가루와 생수병, 그리고 젖고 찢겨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쓰레기 몇 개와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남자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다.

“911, what's your emergency?”

911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911 출동 요청을 받은 응급 구조대원이 전화를 받더니 날카롭게 물었다.

“Hi, yeah, I’m near downtown. There’s this guy lying on the street. He’s soaked in the rain and holding, like, some weird syringe or something. I tried calling out to him, but he’s not moving at all.”

네, 여기 다운타운 근처예요. 어떤 남자가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것 같아요. 비에 젖고 손에 뭐 이상한 주사기 같은 걸 잡고 있는데, 아무리 부르려 해도 움직이지 않아요.

“Calm down, sir. Is he breathing or moving?”

침착하세요. 숨을 쉬고 있거나 움직임이 보입니까?

“Not that I can see! I think he’s unconscious.”

보이지 않아요. 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What's the location? Can you stay there to assist responders?”

위치가 어디입니까? 현장에서 우리의 지원을 도와주시겠습니까?

“Yeah, uh… it's a small alley right next to Granville Street. I’ll stay until someone arrives.”

네, 여기 그랜빌 스트리트 옆에 있는 작은 골목이에요. 저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비와 함께 희미하게 젖어 있었다. 비명, 사이렌 소리, 우린 기자들의 발소리. 그것들은 흐릿하고 왜곡되어 들렸다. 이민하는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의지와 연결된 것처럼 느꼈다.

그 골목은 밴쿠버에서 낯선 사람이 가장 외로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가을 우기 시즌, 밴쿠버의 뒷골목은 천천히 사람의 숨을 가두는 틈이었다. 바람과 비는 키 큰 빌딩 벽 틈을 통해 더욱 깊어졌고, 구석구석 빗물은 한 줄씩 스며들었다. 쓰레기통과 깨진 유리조각은 비에 젖은 채로 더 깊이 침묵하고 있었고, 그 공간 안에서의 작은 움직임조차 축축한 공기 속에 매몰되었다.

기괴하게도, 그 골목 속 비는 모든 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콘크리트 아래로 내리치는 빗줄기는 마치 무대 조명처럼 민하를 가두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 산란하는 빛은 그의 외투를 환히 비추며 프레임 속 주인공처럼 그를 세웠고, 그의 머리 위에서 내리는 물줄기는 마치 쏟아지는 조명처럼 허공에서 구겨진 그의 몸을 어루만졌다.

민하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느꼈다.

대사를 주고받고 춤추며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무대가 아니지만, 이곳은 그의 가장 적나라한 무대라는 것을.



**


911 신고 전화를 받고 불과 몇 분 만에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골목 끝을 막았다. 비상 경광등이 음습한 골목을 푸른빛으로 물들이며 벽돌 건물 틈새로 스며들었다.

“Over there!”

저기 저쪽이에요!

신고자는 젖은 후드티를 벗어 들어 머리를 감싼 채 서성이다가 골목 어귀에서 구조대원들을 보고 재빨리 손을 흔들었다. 앰뷸런스에서 내린 두 명의 응급 구조대원이 들것을 끌어내며 재빨리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하얀 조끼를 입은 대원 중 한 명이 손전등을 꺼내 민하의 얼굴을 비췄다. 음울한 가로등 불빛 아래 그의 창백한 얼굴과 멍든 손등이 드러났다.

“Male, Mid 20s, unconscious. Possible drug overdose. Check his airway!”

남성, 20대 중반, 의식 불명. 약물 과다 복용 가능성. 기도를 확인해!

구급대원 중 한 명이 민하의 입을 열어 무엇인가 막혀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른 한 명이 밑에 깔린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작은 비닐봉지, 일부 흩어진 흰 가루와 녹여서 주삿바늘로 찌르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그러진 생수병이 빗물과 함께 쓸려 다니고 있었다. 주사기 또한 그의 손에 느슨하게 잡혀 있었다.

“Cocaine traces in the syringe. No obvious pulse. Starting CPR!”

주사기에 코카인 흔적 발견. 뚜렷한 맥박 없음. 심폐소생술 시작한다!

앰뷸런스 옆에서 그를 지켜보던 대원들은 숙련된 동작으로 빠르게 행동했다. 의료 장비를 꺼내고, 그의 가슴 부위부터 시작해 손목까지 상태를 점검했다.

그 사이,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 두 명이 사건을 지켜보며 응급대원 중 한 명에게 다가섰다.

“What's the situation? Overdose?”

상황이 어떻습니까? 약물 과다 복용인가요?

“Yes, suspected cocaine overdose. Weak pulse. He's showing signs of apnea.”

네, 코카인 과다 복용 의심됩니다. 약한 맥박이 확인됐고, 호흡곤란 증세가 있습니다.

경찰관은 민하가 쥐고 있는 주사기를 손으로 들어다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Can we identify him? Any ID or belongings?”

신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소지품이나 신분증은 있나요?

한 응급대원이 고개를 저었다.

“No wallet, no phone on him. He's in a suit, though—expensive one.”

지갑도 없고 휴대폰도 없습니다. 그런데 슈트를 입었네요, 꽤 비싼 거 같아요.

경찰은 침을 삼키듯 말없이 뭔가를 적었고, 곧바로 현장에서 수사를 시작하기 위해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살펴보았다.

구급대원들은 다시 민하의 응급 처치에 집중했다.

“Let's intubate. He’s hypoxic. Bag-valve-mask him! Quick!”

기도 삽관한다. 산소 부족 상태야. 인공호흡 가방 사용해! 빨리!

민하가 겨우 들이쉬던 얕은 숨은 각종 장비와 삽관으로 보조되며 조금 완화되었고, 대원들은 천천히 그의 몸을 들것에 올렸다. 흰 천으로 그의 몸을 감싸 비바람을 막아내며 서둘러 앰뷸런스로 옮겼다.

앰뷸런스 내부에서 산소 공급을 이어가며 대원들이 그를 지켜보았다.

“One, two, three—careful! Stabilize him. He's still non-responsive… but at least he's breathing now.”

하나, 둘, 셋—조심해! 상태를 안정시켜. 여전히 반응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숨을 쉬고 있어.

민하를 태운 앰뷸런스는 응급실 진입로를 통과하며 승객 경보를 울렸다. 병원 관계자들이 이미 출동 준비를 마친 뒤 차량이 멈추자마자 들것이 내렸다. 구급대원들은 그를 재빠르게 수술실로 향하는 복도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Possible cocaine overdose, young male, mid-twenties. Loss of consciousness for over fifteen minutes. Administered oxygen, no response yet.”

코카인 과다복용 가능성, 남성, 20대 중반. 15분 이상의 의식 불명 상태. 산소 투여 진행했으나 반응 없음.

의사와 간호사들이 응급처치 동선을 짰다. 민하의 젖은 슈트가 벌써 들것 아래까지 젖어 있었다. 한 간호사가 그를 철저히 살피며 심장 박동률과 혈압 곡선을 확인했다.

“Heart rate is stabilizing. BP’s still low—keep a close watch. I’ll get his toxicology report ready.”

심박수는 안정되고 있지만 혈압은 여전히 낮아요. 독성 검사 준비할게요.

의사는 민하의 손등을 살피며 멍 자국과 주사 자국들을 관찰한 뒤 고개를 저었다.

“Injection marks on his hands. Looks like we’re dealing with a user. Check his personal belongings for ID. We need his name.”

손등에 주사 자국들… 중독자일 가능성이 크네요. 소지품에서 신분증을 찾아보세요. 이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한 간호사가 멀리서 구급대원으로부터 민하의 소지품 일부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지갑도, 신분증도, 휴대폰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젖은 양복 주머니에서 다소간의 현찰과 낡은 작은 열쇠 한 개가 나왔다.

“Nothing useful here. He’s practically a ghost.”

쓸 만한 게 없네요. 마치 유령 같아요.

이송 과정 중 병원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민하의 상태를 보고 받고, 현장에서 확보된 그의 소지품을 넘겨받았다. 한 경찰이 한숨을 쉬며 자료를 훑었다.

“He’s wearing a custom-tailored designer suit, though. Expensive stuff. This guy doesn’t belong in some back alley.”

맞춤 제작된 고급 슈트를 입고 있다고요. 이런 사람이 뒷골목에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다른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의 협력 하에 지문을 채취해 신원 조회를 요청했다. 과거 출입국 기록들과 유학생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빨리 결과를 받아보기 위해 수소문을 시작한 것이다.

“Got something!”

결과 나왔어!

결국 경찰은 한 지문 기록과 연결된 이름을 확인했다. 기록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이민하(Min Ha Lee), 5개월 전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imon Fraser University)을 자퇴한 한국 국적자로 등록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 재벌가 해성 그룹과 연결된 흔적이란 점이 즉시 눈에 띄었다.

“Wait. Says here he's from a big shot family back in South Korea. Hae-Sung Medical Group?”

잠깐. 한국의 재벌가 가족이라잖아? 해성 메디컬 그룹?

다른 한 명의 경찰관이 탄식하며 기록을 추가로 파헤쳤다. 민하는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 재학 중인 상태였으며, 3주 전 미국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They’ve been looking for this guy in the States! Missing persons case... and now here he is, overdosed in Vancouver.”

미국에서도 이 사람을 실종자로 찾고 있었다잖아! 그런데 이제 코카인 과다 복용으로 밴쿠버에 있다니.

“Call it in. Inform the South Korean consulate. This is gonna blow up.”

당장 보고해. 한국 대사관에도 알리고. 이건 크게 터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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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LINES / 헤드라인 기사]

“KOREAN MEDICAL TYCOON HEIR FOUND OVERDOSED IN VANCOUVER”

밴쿠버에서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발견된 한국 의료재벌 후계자


“Min Ha Lee, a former Simon Fraser drop-out and current Wharton student, collapses in a drug scandal.”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자퇴 후 와튼스쿨 재학생으로 알려진 이민하, 약물 스캔들로 몰락


“What drove the next generation of Hae-Sung Medical Group to this tragic spiral?”

해성 메디컬 그룹의 차세대 후계자를 끌어내린 비극적 몰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시작된 보도는 빠르게 밴쿠버 지역 매체를 통해 전파됐다. 기사는 유학생 및 재벌가 자제들의 삶을 다루는 자극적인 화두를 던지면서, 민하의 몰락과 관련된 각종 소문을 생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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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ING NEWS] - SON OF LEGENDARY KOREAN STAGE ACTRESS FOUND IN VANCOUVER DRUG SCANDAL

By Vancouver Times Newsroom

Published: October 14, 2021 | Updated: October 14, 2021


Vancouver police report Min Ha Lee, grandson of Hae-Sung Medical Group and son of renowned Korean actress Shin Mira, discovered unconscious from a cocaine overdose.

In a shocking development that has sent ripples across both the Korean business and cultural worlds, Vancouver police confirmed yesterday that Min Ha Lee, a 23-year-old male, and grandson of one of South Korea’s leading conglomerates, was found collapsed in a dark alley off Granville Street late last night. Emergency responders declared him in critical condition after what appeared to be a cocaine overdose, with visible signs of intravenous drug use present at the scene.

Min Ha Lee is a scion of South Korea’s elite. As the eldest grandson of Hae-Sung Medical Group, a major player in the global healthcare industry, he has long stood in the spotlight. Additionally, he carries the legacy of his mother, Shin Mira, a revered figure often referred to as the matriarch of the Korean stage. Her towering influence in the theater world, as well as her later forays into independent art-house films, has cemented her as a cultural icon. Even after marriage, Shin Mira remained active in experimental theater and occasionally appeared in critically acclaimed films, adding further prestige to the family’s name.

This incident, however, exposes cracks in the seemingly perfect image of South Korea’s elite. The young heir’s involvement in such a scandal not only raises serious questions about his personal life but also sparks broader debates on the pressures and privileges faced by the country’s cultural and financial aristocracy.


“From Golden Boy to International Scandal”

A deeper look into Lee’s circumstances puts his downward spiral into sharper focus. Police confirmed that Lee abruptly dropped out of Simon Fraser University five months ago, leaving behind questions about his mental health and personal struggles. He was reportedly enrolled at the prestigious Wharton School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though his family filed a missing person’s report three weeks ago after losing all contact with him while abroad.

Vancouver authorities suspect Lee had been living in the city for several weeks under the radar, but his sudden appearance in Vancouver’s alleyways under such dire circumstances has left both local officials and the South Korean community stunned.

Paul Green, a spokesperson for the Vancouver Police Department, expressed concern in an interview.

“This is an incredibly tragic and shocking case. Here we have someone from an internationally recognized family—someone who had every advantage in life—collapsing in the streets of Vancouver. It speaks volumes about the immense pressures he must have been under.”


Witness Reports and the Scene of Collapse

Passersby who alerted emergency services described a grim scene: a young man in a custom-tailored suit, soaked from the rain, slumped against a garbage bin. A partially used syringe dangled from his hand, and his skin was pale, nearly lifeless. Toxicology reports from Vancouver General Hospital confirmed traces of cocaine in his system, fueling speculation that Lee had been grappling with substance abuse long before last night’s alarming episode.

One paramedic who responded to the scene remarked on Lee’s critical condition:

“We got there just in time. His breathing was extremely shallow, and he was completely unresponsive. Frankly, if it had been 15 minutes later, this might have been a fatal case. He’s lucky to be alive.”


Lee was immediately transported to Vancouver General Hospital, where he remains in the Intensive Care Unit. While his condition is now stable, questions about how and why he ended up in this situation loom large as police begin a formal investigation into his activities and possible accomplices.


A Backlash from Vancouver’s Korean Community

The incident has sent shockwaves through Vancouver’s Korean-Canadian community, where the reaction has been overwhelmingly negative. Many criticized the younger generation of South Korea’s elite for failing to recognize the responsibility that comes with their privilege.

A local Korean business owner shared their thoughts with the Vancouver Times:

“This is disgraceful. They’re handed everything in life—money, opportunity, prestige—and yet they end up here, causing scandals. What does that say about their family values?”

Another community member was even more pointed in their remarks:

“This isn’t just the failure of one young man. It’s a poor reflection on the entire culture of privilege in their world. For generations, they’ve thought their name and money could shield them. It’s about time actions like this are called out.”


The Illusion of Perfection and the Burden It Brings

Mental health experts suggest that this case is a glaring example of the emotional toll of living under the weight of family expectations. Despite his wealth and privilege, Lee’s actions signify deeper internal struggles stemming from his upbringing in a family where perfection wasn’t just expected—it was mandatory.

Ryan Judd, a Vancouver-based psychologist, offered insights into Lee’s situation:

“For children of wealthy or famous families, the pressure to succeed is often inversely proportional to their emotional stability. They’re expected to carry on the legacy put before them, but they often lack the support to truly understand who they are as individuals. What we see here isn’t uncommon—it’s just that this time, it’s played out in the public eye.”


Ongoing Investigation into the Scandal

While Lee’s family—including his mother Shin Mira and representatives of Hae-Sung Medical Group—have yet to issue a formal statement, the silence has done little to quell the media storm. South Korea’s embassies and local police have begun coordinating to uncover Lee’s movements in Vancouver and track any potential links to the local drug trade or other parties involved in his substance abuse.

This high-profile case serves as another example of growing drug issues among global elites, but it is particularly notable because of Lee’s background as a member of one of South Korea’s most prestigious families. With both business and cultural legacies intertwined, this incident reflects a broader societal issue far beyond Lee as an individual.


Published Information

Date: October 14, 2021

Subject: Min Ha Lee (age 22), grandson of the Hae-Sung Medical Group and son of stage icon Shin Mira.

Location: Granville Street, Downtown Vancouver.

Condition: Stable (ICU).



[BREAKING NEWS] 밴쿠버 마약 스캔들에 휘말린 한국 명배우의 아들

밴쿠버 타임스 뉴스룸

발행일: 2021년 10월 14일 | 업데이트: 2021년 10월 14일


밴쿠버 경찰, 해성 메디컬 그룹 장손이자 한국의 전설적 배우 신미라의 아들 이민하,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의식불명 상태에서 발견.

밴쿠버 경찰은 지난밤, 한국 굴지의 재벌가 장손이자 23세 남성 이민하가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그랜빌 스트리트 인근의 어두운 골목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주사기 사용 흔적이 뚜렷하게 확인되었으며, 응급 구조대는 그를 위독한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전했다.

이민하는 한국 최대 의료재벌 해성 메디컬 그룹의 장손이자, 어머니인 신미라는 오랫동안 ‘한국 연극계의 여왕’이라 불린 전설적인 무대배우다. 결혼 후에도 실험극과 독립영화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예술적 명성을 이어온 그녀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 재계와 문화계를 동시에 충격에 빠뜨렸다.


“황금소년에서 국제적 스캔들로”

밴쿠버 경찰은 이민하가 5개월 전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을 중퇴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그는 미국의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등록된 이력이 있었으나, 가족은 3주 전부터 연락이 두절되자 실종신고를 접수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민하가 수주 간 밴쿠버에 머물러온 것으로 보며, 이번 사건은 그의 장기적인 방황과 마약 문제가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밴쿠버 경찰 대변인 폴 그린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믿기 힘들 만큼 충격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가문 출신, 모든 걸 가진 젊은이가 이렇게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는 건, 그가 어떤 압박 속에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목격자 진술과 현장 상황

사건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비에 젖은 맞춤 슈트를 입은 젊은 남성이 쓰레기통 옆에 쓰러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의 손에는 사용 중이던 주사기가 들려 있었고, 피부는 창백해 거의 생명력을 잃은 듯 보였다.

응급 구조 요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호흡이 극도로 얕고, 반응도 없었습니다. 15분만 늦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살아있는 게 기적입니다.”

그는 즉시 밴쿠버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다행히 상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밴쿠버 한인 사회의 반발

이번 사건은 밴쿠버 한인 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수의 교민들은 “특권층 자제들의 책임감 없는 행태”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 한인 업주는 이렇게 말했다.

“수치스럽습니다. 돈과 명예, 기회를 다 가진 사람들이 결국 이런 추태를 보이는군요. 가문의 이름만 믿고 제멋대로 살아온 결과 아닙니까.”


또 다른 교민은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건 한 젊은이의 몰락을 넘어, 특권층 전체의 민낯을 보여준 겁니다. 수 세대 동안 이름과 돈으로 가려왔던 허상 말입니다.”


‘완벽’의 환상과 그 뒤의 짐

심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가문의 기대와 무게 속에 살아온 이들의 전형적 비극으로 진단했다.

밴쿠버 심리학자 라이언 저드는 이렇게 분석했다.

“유명하거나 부유한 가정의 자녀일수록,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정체성은 더 흔들립니다.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내면을 붕괴시키죠. 이번 사건은 그저 유명인이라 보도가 된 것뿐, 본질적으로 흔히 벌어지는 문제입니다.”


수사 진행 상황

현재 신미라를 비롯한 가족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해성 메디컬 그룹 측 역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대사관과 현지 경찰은 협력해 이민하의 밴쿠버 체류 경위 및 지역 마약 조직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전 세계 상류층에서 불거지는 마약 문제의 전형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 재벌가의 문화·재계적 상징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인물의 추락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기사 정보

날짜: 2021년 10월 14일

인물: 이민하(22세), 해성 메디컬 그룹 장손, 배우 신미라의 아들

발견 장소: 밴쿠버 다운타운 그랜빌 스트리트 뒷골목

현재 상태: 중환자실 입원, 의식 회복 중



**


한국 한인 사회의 카톡방,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해당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미쳤네… 해성가 장손이 밴쿠버에서 약물 하다 쓰러졌다고?”

“미국에서도 실종 상태라더니, 어떻게 된 거야?”

“와튼스쿨에 재학 중인데 와장창 추락했네. 완전 드라마각이다.”

한인들은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재벌가 내부의 문제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들을 내놓았다. “가문이 해체되는 거 아니냐”, “미국 생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는 말들이 뒤따랐다.



**


대저택 응접실. 대형 TV에서 앵커가 차분히 뉴스를 마무리한다.

“…이민하 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가문과 관련된 공식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순간, 리모컨이 바닥에 내던져지고 TV가 꺼진다.

“이런 개망신이 있나!”

지팡이를 힘껏 짚으며 벌떡 일어난 해성 메디컬 명예 이사장 이종환의 목소리가 응접실을 울린다. 금테 안경 너머의 눈빛은 독수리처럼 매섭다.

“해성의 이름을 더럽히는 자는 내 손으로 지워버린다! 저 버러지 같은 놈을 당장 끌어내려라! 죽은 자로 만들더라도 상관없다!”

그의 한마디는 마치 칼날처럼 응접실 공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소파 반대편, 민하의 부친이자 해성 메디컬의 현이사장인 이명철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그 속내는 읽히지 않았다. 그 옆에서 신미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두 손을 움켜쥐었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으나, 단 한 마디조차 뱉지 못했다.

눈빛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 아들을 지켜야 한다. 그 결심만이 간신히 몸을 붙들고 있었다.

긴 침묵.

응접실의 시계 초침 소리마저 날카롭게 들려왔다.

이종환은 다시 지팡이를 내리치며 으르렁거렸다.

“민하는 이제 없다. 해성의 장손은… 오늘부로 죽었다!”

험악한 분위기에서 이종환의 막내딸이자, 민하의 고모인 윤미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부친을 붙들었다.

“아버지, 우선 진정부터 하셔야 합니다. 이 일은 언론 톤만 조절하면 수습 가능합니다. 제 남편 채널에서 오피니언을 돌려, 젊은 세대의 방황 정도로 프레임을 바꿔드리죠. 국민적 반감 정서도 가라앉을 겁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마저도 조카의 추락을 바라보는 그녀의 속내는 차갑게 흘러갔다.

‘아버지의 눈 밖에 났으니 민하는 이미 끝났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쪽 채널 영향력은 더 공고해지겠지.’

곁에서 말없이 침묵하던 둘째 아들 이윤철 해성 메디컬 병원장 이윤철도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형님, 아버지. 아무래도 체계적인 법적 방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제 아내의 본가 쪽이 국내 최대 법인 한솔파트너스 아닙니까. 형사사전 전담 변호인단을 붙이면 형량은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내적 독백은 비수처럼 가라앉았다.

‘재벌가 장손이라? 이제는 짐짝일 뿐이지. 그래도 우리 라인을 통해 방어하는 모양새만 취해두면, 결국 이득은 우리 몫이야.’

이종환은 두 남매의 말을 듣고도 얼굴을 굳혔다.

“흠… 다 너희들 좋은 대로 해라.”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팔걸이의자를 붙든 손은 더 이상 떨지 않았다.

그는 무겁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마지막으로 명철과 미라를 노려보았다.

혀를 차며, 낮게 중얼거렸다.

“저딴 것을 장손이라고 낳아서는….”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을 나섰다.

남겨진 건 껍데기 같은 침묵.

뉴스 화면 속 민하의 얼굴과, 살아남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가족들의 눈빛만이 교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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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하의 이름은 단지 해성가의 장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온갖 억측의 중심에 놓였다.

그가 펜실베이니아대 재학생 신분으로 한국 재벌가의 후계자로 기대받았지만, 정작 5개월 전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에서 자신을 허물어뜨린 사건에 휘말렸다.

누군가는 그 몰락의 원인을 그의 개인 문제로 돌렸고, 누군가는 가족이 지운 짐이 너무 버거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의 이야기는 이제 골목의 익명에서 벗어나, 전 세계 한인들에게 그를 떠들기 좋은 가십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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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하의 귀국은 결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캐나다와 한국 간의 범죄인 인도 절차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한국 검찰은 민하의 코카인 과다 복용 사건과 마약 사용 혐의를 중대 범죄로 간주하며 캐나다 측에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다. 증거는 명확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그의 신체에서 검출된 코카인 성분, 독성 검사 결과까지 모두가 그의 잘못을 입증하고 있었다.

캐나다 법무부는 한국 검찰의 요청을 검토한 뒤 인도를 승인했고, 그의 치료 과정이 끝나자마자 민하는 신병이 한국으로 넘겨졌다. 치료 후에도 그의 신체적 상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법적 절차가 중단될 수는 없었다. 비공개 항공편으로 송환된 그의 귀국 과정은 극도로 보안이 유지된 상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이미 그의 이름과 배경이 노출되었고, 마약 스캔들로 재벌가의 이름이 언급된 순간부터 사건은 한국 전역으로 퍼지기에 충분했다.

민하가 비밀리에 입국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는 해성 메디컬 그룹의 황금장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의 몰락이 사회적 상징성으로 해석되는 이유만으로, 이미 한국 사회의 비난과 관심의 중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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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입국 게이트는 민하의 도착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기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 각종 언론사들은 민하의 귀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소문했고, 마침내 비공식 일정까지 취재에 성공했다. 몇 시간 전부터 공항에 대기하던 수십 명의 기자들은 그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게이트 주변에 자리를 잡았고, 동행한 경찰은 이를 통제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준비로는 대중의 관심을 막아낼 수 없었다.

민하가 게이트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앞 다투어 그를 향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밀며 질문을 쏟아냈다.

“이민하 씨,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해성 메디컬 그룹 후계자로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가 뭡니까?”

“재판에서 선처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민하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멍하니 흔들렸다

‘이건 무대야. 하지만 내겐 대본이 주어지지 않았구나. 웃으라는 큐도, 울라는 큐도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개 숙이고 걷는 것뿐. 관객은 이제 내게 돌을 던지러 왔지. …어째서, 나는 이 순간도 무대를 갈망하고 있는 걸까. 이 플래시가 무대 위의 조명이었다면….’

하지만 그중에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직접적인 비난도 가득했다. 민하는 눈을 찌르는 플래시가 흡사 칼날 같다고 느꼈다.

“돈 많아서 마약을 즐겼다는 거 아니에요?”

“재벌가라고 봐주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책임질 준비나 하세요.”

민하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시선은 바닥에 고정된 채로 움직임이 느렸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의 감시 아래 호송차로 걸음을 옮겼지만, 기자들의 플래시와 질문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몇 명의 기자들은 순간 민하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다 경찰의 제지로 멈췄다. 그 순간을 포착하듯 대기 중이던 다른 카메라들이 민하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 찍었냐?”

“찍었어. 표정 죽어있어. 당분간 이거 기사 헤드로 쓴다.”

귓전을 후벼 파는 악의 가득한 힐난 속에서 민하는 단 한 가지만을 간절히 빌었다.

‘어떤 비난을 퍼부어도 좋아. 제발 무대여…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공항 게이트는 이미 혼란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송환된 재벌가 후계자의 몰락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언론은 마치 승리를 쟁취한 듯 집중했다. 수십 대의 카메라에 담긴 그의 얼굴은 곧 인터넷으로 퍼져나갔고, 국민들은 그를 둘러싼 여론과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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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하의 재판은 한국 내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사건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의 마약류 사용 및 과다복용 혐의를 중대범죄로 간주하며 긴급히 일정에 배치했고, 피고인의 초범 여부와 배경을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의 변호사 팀은 민하가 단순 사용자가 아닌, 심리적 고립과 가족의 압박 속에서 정신적으로 심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재벌가 후계자로서 과도한 부담과 사회적 기대치를 견디지 못했다”며 반성문과 치료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 과정에서 민하는 초범이라는 점과, 치료를 받으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는 여러 심리소견을 기반으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검찰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피고인은 한국 재벌가의 상징적 역할을 맡아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범죄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초범이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습니다. 법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합니다.”

검찰은 기소 사실을 상세히 나열하며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특히 캐나다 현장에서 소송에 사용된 독성 검사와 범죄 현장을 증명하는 사진들은 재판부를 설득하기 충분했다.

재판부 역시 언론과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특권층의 범죄가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전 사례들에서 특권층이 관대하게 처벌받아온 관행에 비판이 쏟아졌다.

“재벌가라고 용서 안 됩니다. 특권층 범죄는 엄격히 처벌해야 해요.”

“해성 메디컬그룹 관리 부실이 의심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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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당일,

법정 안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검찰은 재차 그의 죄를 날카롭게 나열했고, 변호인단은 그의 상처와 고립을 호소했다. 민하는 저를 빼고 돌아가는 이 잔혹한 무대 위에서 쓸쓸하게 웃었다.

‘나는 죄인이 아니야. 아니, 어쩌면 저들의 말대로 죄인이 맞을지도. 하지만 내 죄는 마약이 아니라… 무대를 사랑한 거야. 숨을 쉬기 위해, 살아 있기 위해 무대를 원한 게 내 죄라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었던 거겠지….’

결국 재판부는 객관적 사실과 국민적 여론을 모두 반영하며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은 초범이고 반성의 태도를 보였으나, 그의 행위는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국민적 신뢰를 저버린 점과 한국 재벌계의 상징적 위치를 감안하여 본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합니다.”

민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2년 동안 감옥에 갇히는 게 두렵지는 않았다. 정작 두려운 건, 그동안 배우로서 호흡할 수 없다는 것. 갇혀 있어도, 풀려 있어도, 무대를 빼앗긴 민하에게는 형벌은 별다르지 않은 무게로 다가왔다.

‘또다시 2년…. 무대가 없는 2년. …그게 내 형벌이구나. 배우가 아닌 나의 최종 종착지는 대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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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 뒤, 민하의 변호인단인 한솔 법무법인 측에서는 항소를 검토했지만, 판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해성 메디컬 그룹은 사건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언론과 차단된 공간에서 민하의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이미 한국 사회에서 재벌가의 이름은 비난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징역 2년이라는 판결은 민하의 젊은 인생에 선명한 상처로 새겨졌지만, 많은 이들은 이 사건을 통해 한국 특권층과 법률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민하의 곡선이 있는 삶은 사회적 논란과 상징적 상황 속에서, 그저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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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방 내벽은 창백했다. 한순간도 따뜻하지 않은 회색빛이 사방의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철제 침대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민하는 깊은 숨을 내뱉었다. 침대를 감싸는 쇠창살 넘어, 조리된 음식 냄새와 간간이 들려오는 죄수들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의 흐름을 타고 웅웅 거리는 소음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민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여기가 아니면 어떨까?”

아니,

“내가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러나 스스로의 질문은 공허한 대답처럼 돌아왔다. 그의 머릿속은 잿빛처럼 텅 비었다.

민하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폐쇄된 감방의 침묵 속에서 억눌렸던 기억들이 얇은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를 이곳으로 오게 한 그 시작점, 그 첫 무대의 불꽃, 그 열광의 순간들이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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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본 무대의 불빛은 현장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큰 카메라와, 이어지는 짧은 “컷!” 소리에 담겨 있었다. 그는 다섯 살이었다. 어머니, 신미라. 대한민국의 전설적인 배우였던 그녀가 촬영하던 드라마 세트는 어린 민하에겐 거대한 놀이터였다. 그녀는 자신을 돌보는 스태프에게서 잠시 떨어지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여기 앉아 있어야 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하는 그 혼란스러운 소음 속에서도, 엄마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바라보며 가슴 어딘가가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내뿜던 카리스마, 그 리듬, 그 대사 낭독의 무게가 어린 자신에게도 이상하게 깊숙이 와닿았다.

어머니는 그를 아이로서만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공익광고에 출연할 때는 민하를 데리고 나갔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짧은 멘트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같이 걸으면, 더욱 먼 길을 갈 수 있습니다.”라는 대사는 아직도 그의 귀에 생생했다.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두 사람이 함께 화면에 나온 순간, 그는 처음으로 무대라는 공간에서 선 명료한 존재가 된 듯 느껴졌다. 그것이 배우 이민하의 공식적인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의 사명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였다. 그는 연극부에서 언제나 남들의 그림자에 머물렀다. 그가 진학한 고등학교는 지역 명문이었지만 전국 고교생 연극제에서도 여러 번 수상한 적이 있을 만큼 연극부의 이름 역시 높았다. 졸업생 중에서 배우로 전향하는 이들도 많았던 만큼 학교의 방과 후 특별 활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연극부원들의 자부심이 높았다. 재벌집 도련님의 치기 어린 취미생활에 비위를 맞춰주기에는 지나치게 연극부 선배들의 프라이드가 높았다. 그들은 민하의 진심을 이해하려도 공감하려도 하지 않았다. 매일 남아서 먼지 쌓인 소도구를 닦고 간이 무대를 청소해도 민하에게 주어진 건 이름뿐인 엑스트라뿐이었다. 3년 간 그가 받은 배역들의 대사는 고작 2 문장뿐이었지만, 무대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는 행인일 때조차 민하는 자신이 돌아갈 곳은 절대 관객석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다. 무대 뒤에서의 긴 대기 시간도, 작은 대사라도 완벽히 해내겠다는 다짐도 그의 피에 흐르고 있었다. 첫 무대는 하찮은 단역이었다. 등장도 짧았다. 그러나 커튼콜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관객에게 인사했다. 그 작은 순간은 그에게 단순한 흥분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소속감이자 강렬한 생의 감각이었다.

진정한 시간이 왔던 것은 대학교 시절이었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여름 축제에서, 그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화려한 파크 역을 맡았다. 축제의 야외 공연 무대, 해 질 녘의 붉어진 하늘, 그리고 야광 조명이 민하를 비췄다. 그는 관객석을 바라보며 대사를 내뱉었다.

“이 모든 것은 한 여름밤의 꿈과 같도다.”

그저 교내 공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뜨거웠다. 커튼콜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성은 여전히 그가 살아있음을, 자신이 라이트 아래서 빈껍데기가 아니라 초연한 에너지의 덩어리임을 느끼게 해 줬다. 파크는 그에게 자유였다. 날아오르는 영혼이었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을 잊고 관객들의 숨소리를 느끼며 혼연일체가 될 수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고뇌도 사라지고, 무거운 현실도 지워지는 특권을 경험했다.

그는 그때 아마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무대가 없이는 자신이 존재할 수 없음을.


**


민하는 감방 침대에 누웠다. 철창 너머 낮은 불빛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여기선 아무도 몰랐다. 그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 촬영 현장에 앉아 있었던 기억을, 고교 연극부의 작은 무대에서 느낀 첫 커튼콜의 떨림을, 그리고 사이먼 프레이저에서의 여름밤이 여전히 그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덧 감방 내부는 어두워졌다. 그러나 민하는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무대가 없다면 어디에 있어도 다 똑같다.”

눈을 감은 민하의 얼굴 위로,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필름처럼 그의 과거 장면들이 겹쳐지고 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무대 위에서 살아갈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꺼져가는 무대 조명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무대의 불꽃을 타고 태어난, 배우일 수밖에 없는 한 남자, 이민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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