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고양이를 읽고
남은 고양이를 읽고
2024.09.11 에 쓴 글입니다.
남은 고양이
김경 만화
창비 출판
2024.9.11초독
483p
김경의 만화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 많다.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내 고양이가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럴 때 집어들고 읽고 있노라면 묘한 위로가 되는 만화가 바로 김경의 만화랄까.
이 이야기는 함께 살던 '친구가 죽었다'로 시작해서, 상실의 슬픔에 몸부림치는 인간을 고양이의 방식으로 위로해주는 고양이가 마침내 아픔을 딛고 새 걸음을 걸어나가는 인간을 바라보며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로 끝나는 힐링툰이다. 작년 14년간 키워온 장남 고양이를 잃고, 입양한 아이도 수술 중에 잃고, 태어나보지도 못한 새끼 냥이 둘까지, 너무 많은 아이를 잃고, 올해는 어렵사리 임신된 뱃속 태아까지 잃고 보니 죽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10살이 넘은 노묘도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이 아마도 나의 무의식을 지배했던 것 같다.
죽음과 상실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자위해보지만, 무디어졌다고 느낀 아픔이, 기억이 어느 순간 불쑥불쑥 떠올라 가슴을 아리게 할퀴곤 한다. 상실을 다루는 작품을 만날 때마다 읽고 싶지만, 쉽사리 읽을 수 없는 감정은 그 기억의 무게 탓일까.
하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이 만화를 보면서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웃으면서 가장 공감하게 된 말은 다름 아닌 작중 집사이자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었다.
" 여태까지 내가 너를 돌봐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네가 나를 돌본 거였어."
고양이나, 개, 혹은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이지 않을까. 먹이고 키우는 것은 나지만, 항상 준 것보다 더 많이 받는 축복받은 삶. 내 삶은 별이 된 내 고양이 뿐만 아니라 부족한 엄마를 보듬어주며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열일곱 마리의 고양이와 더불어 늘 충만하다. 늘 고맙고, 감사한다. 내 새끼, 내 아가, 내 사랑 우리 고양이들에게.
인생의 고통들로부터 유일한 탈출구는 음악과 고양이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슈바이처의 말처럼 내 고양이들은 나의 모든 고통을 거둬가는 천사들이다.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