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두 권 감평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를 읽고
2024.08.16에 쓴 글입니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이용한 글 사진 지음
위즈덤하우스 출간
고양이 포토 에세이는 늘 기분 좋다. 간만에 모처럼 오전에 시간이 비어 도서관에 들렸다가 오랫만에 이용한의 포토에세이인 고양이 시리즈를 보았다.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와 어쩌지 고양이라 할 일이 너무 많은데는 저자의 장인 시골집에 사는 마냥냥이 열 댓마리의 삶의 자취를 사진과 짤막한 글로 남긴 에세이다. 앞 권에 해당하는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는 저자의 어린 아들과 함께 자라나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저자는 맨 마지막 장에서 로맹 가리의 말을 인용하는데, "아이에게 사랑할 누군가를 줘야 해. 비행청소년이란 개도 고양이도 없는 아이들이야"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경험을 할 기회를 주자고, 아이들은 동물 곁에서 자라면서 동시에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동물을 가까이 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커서 동물을 친절히 대할 줄 알며 사랑과 동정을 지닌 사람이 된다는 제인 구달의 말 또한 인용하는데, 몹시 공감이 갔다. 태어날 우리 아이에게도 열일곱 마리의 냥이 형제 자매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아이가, 제인 구달의 말처럼 냥이들 속에서, 그들을 사랑하면서, 사랑과 동정을 지닌 따스한 사람으로 자라난다면 엄마로서 몹시 행복할 것 같다.
후속작인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는, 훌쩍 큰 고양이들과 그보다 훨씬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흘러간 세월에 바뀐 것도 있지만 여전히 마당냥이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열 댓마리의 사진은 따스한 기분을 주었다. 마냥냥이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많지만, 십여 년 전에 길에서 구조한 길냥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아이를 책임지고 키운다는 생각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열 몇 마리를 출산에서 이유식을 먹을 때까지 안아 키우고 겨울집을 마련해주고, 십수년 간 어떤 대가도 없이 먹이고 사랑해주고 교류해주고 놀아주면서 책임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이 할 수 없는, 하지 않거나 못하는 일을 두고 남의 삶의 방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불평불만부터 털어놓는 프로불편러들을 보면, 그런 이들의 존재가 사회를 진보하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때로는 내로남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도 그런 질책과 질시를 의식하고 것처럼 느껴져서 한국에서 냥덕으로 사는 건 여전히 참 쉽지 않구나 싶었달까. 그래도 지금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십수년보다는 훨씬 더 좋아졌다. 자세히 안 봐도 예쁜 우리 냥이들, 오래 안 봐도 사랑스러운 냥이들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알고 느낄 수 있는 날이 자연스레 찾아들기를, 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저자는 "능력이 닿는 한 모든 생명체를 도와준다는 충동에 순응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해치는 행동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때만 인간은 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했는데, 어쩌면 저자가 십수년 동안 10권 가까이 되는 고양이에 대한 포토 에세이를 낸 건 아마도 이런 마음가짐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다래나무집을 거점으로 하여 살아가는 무던히도 예쁜 마냥냥이들이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고, 즐겁기를 소망한다. 더불어 내 고양이들을 비롯하여 이 땅에서 고양이로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냥이들 또한 행복하고 건강하고 즐겁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