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건
"아, 카메라 사야겠다."
고등학교 3학년, 아름답던 호주의 바다를 담아내려 했던 갤럭시 S7이 내 시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였다. 나름 최신 스마트폰이었지만, 내가 보는 그대로의 감정을 사진에 담기엔 기술이 부족했다. 지나가버릴 순간을 놓치기 싫었고, 가능한 한 내가 느꼈던 그대로의 감정으로 아름답게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감성적이라는 아이폰으로 바꾸고, 다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갤럭시 시절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나는 아직도 목말랐다.
군대를 전역한 후, 수많은 유튜브와 카페를 뒤져가며 마침내 카메라를 결정했다. 후지필름 X-T4. 100~200만 원대,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굉장해 보였던 스펙, 그리고 후보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진득한 필름 시뮬레이션 필터가 내장된 카메라였다. 바로 구매했다.
막상 사용해 보니 또 다른 세계였다. 노출의 3요소, 화각, 각도 등 사진의 기본부터 시작해 SD카드, 리더기, SSD까지, 순간을 저장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내 군대 월급은 대부분 여기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확실히 달랐다. 사진을 찍으면 순간이 멈춘다.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이 사진에 담겨, 사라질 뻔한 기억이 사진 덕분에 떠오른다. 좋은 카메라는 느꼈던 아름다움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내 순간들은 기억에 남고, 사진은 그 순간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피사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셔터를 누르는 내 손가락 끝의 떨림, 내 눈이 빛을 쫓아가는 방향, 내가 머문 시간들이 사진에 배어 있었다. 사진 한 장이 온전하게 나를 담아낸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찍는다. 비록 값비싼 장비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할지라도,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가 바라본 세계를 기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