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새옹지마
아버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로또를 한 장씩 사신다. 지갑에 현금이 좀 넉넉하면 세 장까지도 사신다. 번호를 고르실 때는 번뜩 떠오르는 숫자들을 찍거나, 때로는 쿨하게 자동으로 번호를 뽑으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매하시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같은 마음이 담겨 있다—곧 좋은 일이 찾아오겠지, 하는 희망이다.
토요일 저녁에 딱 맞춰 로또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쌓아두시기만 한다. 차 안에 부적처럼 넣어두시거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 툭 놓으시고,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를 서랍 안쪽 깊숙이 넣어두시기도 한다. 나는 그런 로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결과를 확인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겉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척하며 QR 코드를 찍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1등을 기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4등은커녕 5등조차 10만원 어치나 확인해야 하나 나올까 말까 한 확률이다. 정말 극한의 도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하나의 행사처럼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가 남긴 로또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양이 유독 많았다. 한눈에 봐도 꾸깃꾸깃한 로또부터, 반짝반짝하게 비닐에 곱게 포장된 로또까지, 수북하게 쌓인 종이들 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결과를 확인하기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올해는 참 많이 힘드셨구나."
세어보니 121만원 로또 한 장 한 장이,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작은 위로였을 것이다.
아버지 근데 이 금액이면 차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