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대학교 학군사관예비후보생입니다.

내가 개척하는 나의 미래

by 김단

나는 서울대학교 제101 학생군사교육단 소속 예비사관후보생이다.


이 글은 2학년 겨울방학, 첫 동계입영훈련을 앞두고 작성한 글입니다.


이번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수료한다면 저는 비로소 '학군사관후보생'이 됩니다.


약 4주간 진행되는 훈련에 앞서 약간의 글을 남겨놓고 떠나려 합니다.


첫 1주간은 휴대전화 사용이 통제되어 지금 쓰고 있는, 예약된 글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저는 남들과 다른 경험을 참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들 '굳이?'라고 생각하는 선택들을 하기도 했고.

홍대병인지 반골기질인지 오히려 그런 것들만 골라서 했더라고요.


중학교 시절에는 남들 다 다니는 학원도 안 다니겠다고 인강과 씨름을 했고,


고등학교는 어느 시골 산 골짜기에 박힌 기숙학교에 들어가 폐관수련을 했으며,


남들이 손도 안 대는 물리학 II, 화학 II를 단순히 재밌다는 이유로 선택했고,


수능 물리학 I, 화학 II를 봐서 변태 소리를 들었어요.


대학 합격증을 받았을 때도,

모두가 의대를 가라고 등 떠밀었지만,

저는 굳이 의대를 포기하고 공대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ROTC는 제게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이에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저는

"군대 언제 가냐?"는 동기들의 물음에

"음.. 일단 당장은 안 가고.. 졸업하고..?"

라는 식으로 얼버무렸어요.


굳이 'ROTC'라는 걸 알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요즘 ROTC한다고 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두 가지입니다.


1. '그게 뭐냐?'

2. '그걸 왜 해?'


어느 쪽이든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 해서 상당히 귀찮은 건 마찬가지죠..


특히 두 번째 질문은 제게 꽤나 불쾌했습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상당한 negative 가 섞인 물음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서울대학교에서 ROTC 후보생은 바보천치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병사들 월급이 오르고 복무 기간도 짧아진 데 비해

초급간부에 대한 대우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으니까요.


용사들보다 장교가 더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해관계에 밝은 우리 동기들의 눈에는 이런 '손해 보는 선택'을 하는 제가 놀랍고 안쓰러워 보일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교의 길을 걸어보고자 합니다.




여기 이곳에 제가 ROTC를 선택한 이유를 모두 적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에요.


왜냐하면, 저도 아직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알아보다 보니 "해볼 만하겠는데?" 싶었고

생활하다 임관하고 전역한 선배님들을 알게 되었고,

대기업 취업, 대학원 진학, 창업 등등 다양한 곳으로 뻗어나가시는 것을 보았어요.


인생도 길고, 좀 독특한 길 가보면 어때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어차피 남들 군대 가면 2년은 휴학하는데

라고 생각하면 기간이 그렇게 긴가? 싶고


하라는 대로 하며 수동적으로 사는 병사의 삶도 나쁘진 않으나,


저는 그렇게 전역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게 시간낭비 같다고 느껴졌어요.


이왕 해볼 거면 책임감 있고 주체성이 있는 소위/중위의 삶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그 부담감과 압박이 견디기 버거울 수도 있지만요. 그건 미래의 내가 알겠죠.


이렇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고,

벌써 동계입영훈련 하루 전이네요.




나머지는 다 괜찮은데,

아직 조금 고민인 것은 대학원 진학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사회로 나가고 싶은데,

혹시 2년 4개월의 장교 생활 간에 공부 흐름이 끊길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사바사라고 하는데,

일단 저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인드로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계획대로 되는 게 인생이라면,


저는 아직 인생을 살아보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중학교 때 제 꿈은 검사였고

고등학교 때 제 꿈은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지금은...


연구자와 엔지니어를 꿈꾸고 있으니까요.

저도 제가 수학 과학을 좋아하게 될지 몰랐어요.


그러므로,

오늘의 이 선택을 제 인생의 일부로 만드는 방법은

단지 그것에 이끌려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는 매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앞으로의 나날을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