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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투자들 (2)

선박 담보 대출, 고철 값, 선박 보험

by 고니파더

과거에 근무했던 은행에서는 조직 특성상 선박담보대출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건 꽤 큰 행운이었는데 일반적인 시중은행이라면 선박담보대출을 취급이나 할까 싶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벌크선 같은 엄청나게 거대한 선박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많았다면,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음. 대부분 IB 업무)


근래에는 소형 유조선이나 연안에서 운영하는 선박, 예인선, 바지선 신조자금 같은 비교적 금액이 작고 (대출금액 기준 20억에서 30억 내외) 구조가 간단한 대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구조가 간단하고 금액이 작다고 해서 심사업무마저 쉽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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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실은 더 챙겨봐야 할 부분이 많고 일반적인 부동산 담보대출과는 접근하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걸 업무를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었죠.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선박담보대출은 이런 소형선박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의미합니다.


일단 대부분 선박의 선령이 20년 이상된 것들이 많아 실제 담보가치를 따지기도 민망하다는 점이 주요 체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신조자금의 경우는 조금 결이 다름)


일반 매매의 경우 심하게 이야기해서 감정가는 거의 그냥 고철값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문제는 이 고철이 바다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거의 매년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선박을 육지로 들어 올리는 리프팅 작업을 하는데 한 번에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원이 든다고 함)


다시 말해, 선박을 구입했다고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돈 들어가는 일의 시작인 셈인데,


연간 수리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선박을 제외한 기타 현금유동성을 따지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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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감가상각을 생각한다면 선박을 첨담보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뭐 심하게 말해서 이게 맘이 편하다는 의미.


참고로 감가 부분을 감안하면 적립금을 대출을 취급하면서 사전에 예치하는 게 좋지만, 이게 나중에 구속성 예금에 걸리기도 하니 조심하세요!-차주사와 잘 협의하기!


두 번째로 체크해야 하는 것은 선박보험 가입여부와 질권설정, 그리고 P&I 보험 가입 여부가 있습니다.


선박사고가 예상보다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향후 구상권 청구를 위해서 선박보험 가입여부를 체크하는 게 필수적인데, 지나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P&I 보험에 대해서는 사실 업무를 하기 전까지는 저도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여기에서 설명하기는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실무자들을 위해 몇 가지만 이야기하면, 이건 제삼자를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마음 편합니다.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의 피해액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


단 성격상 질권설정이 안 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관련법령이 영국 해운법이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질권설정이 가능하기도 하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질권설정이 불가능하다고 함-선박담보 전문가인 동료 심사역님의 조언)


세 번째로, 연안여객의 경우에는 국고보조금도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당 금액 규모를 반드시 파악해 봐야 한다는 것 역시 체크해야 될 점입니다.


눈먼 돈을 버는 사업만큼 매력적인 사업도 드물지 않겠습니까만, 그만큼 사고 개연성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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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반 화물선의 경우에는 관련 공사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용선 계약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는 마치 해운업 심사 하듯이 해야 합니다. 피곤해...


심사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여객선사가 독점적으로 운영 중인 노선이 많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간혹 재무적 어려움에 처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한눈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한눈팔다가 훅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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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심사를 하면서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해양 운송이나 여객사업이 꽤나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분야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르는 분야에 이렇게 돈의 흐름이 있는 듯.


당연히 좋은 업체라는 단서가 따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잘만 고른다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Sector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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