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니파더 Oct 29. 2024

특이한 투자들 (3)

SI, SM,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작하기에 앞서 뼛속까지 문과생인 저에게 IT란 이름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멀고도 먼 존재입니다.


하지만 심사로 만난 IT 회사의 이미지는 기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것이 해당업종을 온전히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다만 재무분석 측면에서 그리 먼 존재만은 아니었다는 뜻일 뿐입니다.



운 좋게도 과거에 대기업 산하에 있는 SI 업체와 중소/중견 규모의 SI 업체를 각각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재무수치의 차이는 컸지만 극명하게 구분되는 산업 특색으로 이해하기는 더 편했던 듯하네요.


참고로 SI는 System Integration을, SM은 System Management를 의미합니다.

 

SI는 시스템 구축, SM은 구축된 시스템의 유지보수 및 관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듯.


이 업종은 일단 산업특성에 따른 시장구분을 이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대기업 그룹 관계사의 SI를 배타적으로 수행하는 Captive Market과,


중소/중견기업이 Major Player 역할을 하는 공공부문 SI 시장이 바로 그것인데, 두 시장의 차이는 생각보다 꽤 차이가 납니다.


참고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제24조에 의하면, 대기업인 SW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금액의 하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기업 사업자의 사업참여를 공공부문에서는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중소/중견기업에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원천적은 아니다. 간혹 참여를 하기도)


예를 들면 매출액 8,000억 이하 대기업은 40억 이하의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식이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도 공공부문 입찰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법률상 대기업 제한이 있다는 점이 산업특색이라니... 재밌는 점.


먼저 Captive Market Player를 재무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보다 더 안정적일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들은 대기업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IT 전문회사로 주력 계열사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 핵심 사업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주라고 할 것도 없고 단순히 유지보수만 잘해도 굴러가는 구조.


다만 주력 계열사의 영위업종이 어떤 부분이냐에 따라 이익률에 다소 편차는 있는데,


IT 시설투자가 많은 분야를 주력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영업이익률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연간 4%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최근 이들 Captive Market 시장의 요즘 화두는 높아진 판관비에 있습니다.


IT 인력 몸값이 금값이 되고 있는 지금, 우수 인력 쟁탈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임금상승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면담하면서 참 많이 부러웠음. -.-;)


물론 최근에는 이 같은 붐이 조금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핵심 인력 확보 경쟁은 치열합니다.


이로 인해 단기간 수익성은 다소 하락하겠지만, 그룹사 물량이 받쳐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Captive Market 특색은, 사업부문 분할이나 신규 인수합병이 꽤나 자주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지주사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 분야이다 보니, 신규 사업을 진출하거나 할 때 이들 회사를 이용하는 편이더군요.


물론 그룹 성향에 따라 아닌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회사를 붙였다 뗐다 자주 하다 보니, 자본 쪽에서 챙겨야 할 부분이 꽤나 있다는 점입니다. (늘 그렇듯 분할, 합병에 의한 자본구조 분석을 파악하는 일은 고된 일)


다음으로는 공공부문 IT 수주를 주로 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있습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수주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대부분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장/단기성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에 입찰하여 계약을 따내는 형태로 매출을 이어간다는 말.


따라서 건설회계처럼 계약자산과 계약부채의 잔존액 확인이 필수인 분야입니다.


물론 수주잔액도 동시에 확인해야 향후 미래성장성도 예측 가능합니다.


재밌는 것은 채권자 입장에서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부분이 바로 SM 부분이라는 것.


개인적 의견이긴 한데, 아무래도 대기업 IT 회사에 비해 안정적 매출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유지보수 매출액 비중 체크가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재무융통성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이자 IT 기업이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더군요.


이 경우 대표이사 및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이라든가, 이익잉여금 규모에 대한 사전리뷰는 필수적입니다.


물론 채권자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


위에서 설명한 두 부류의 업체들 중 '어느 회사가 더 나은가?'라고 묻는다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Captive Market,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소/중견 SI, SM업체가 매력적이라고 답을 할 것 같네요. 그만큼 성장성이 큰 분야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다만 IT도 다 같은 IT가 아니니, 리스크 부분은 따로 구분해서 챙겨야 합니다. (써 놓고 보니 하나마나 한 이야기가 되어버렸...)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분야라 '제대로 된 심사가 가능하겠나?'라는 의문을 품고 시작했는데, 나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조금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특이한 투자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