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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01. 2024

수주 산업에 대한 투자 심사

건설업, 조선업, 플랜트업

오늘은 특화된 하나의 업종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수주산업'이라고 부르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


건설업, 조선업, 플랜트업등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심사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먼저 주니어 심사역들이 최근 심사하는 걸 지켜보면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재무제표부터 보는 경향이 있더군요.


대부분 이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매출액이 상승합니다!~", "부채비율이 400%나 되네요!~", "당기순이익이 왔다 갔다 하는데요?~"


지금 '어? 이거 완전 내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죠?


옳다고 생각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런 방법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식의 접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죠.


늘 강조하는 이야기이지만 업종을 알고 거기에 맞춰 숫자를 보면 핵심을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요.


그렇다면 수주산업의 대표 주자인 건설업이나 조선업 등을 분석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보는 여러 가지 테크닉을 소개합니다.


본인의 성향에 맞게 취사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


1. 성장성 보다 안정성


다른 산업보다 수주 산업에 있어서 만큼은 매출의 상승보다 꾸준한 유지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건 산업 자체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흔히 말해 고객으로부터 수주를 받아야 매출이 인식되는 구조이죠.


다만 이 수주라는 것이 제조업체처럼 매번 흔한 것이 아닙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과다하게 받을 때도 있고 적게 받을 때도 있죠.


이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포커스를 둬야 합니다.


'일정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할 수 있는 수주가 지속되고 있는가' 이게 핵심이라고 보는 건데,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매출액도 그렇지만 그 밑단에 있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어요.


저가 수주라고 들어보셨죠?


이런 저수익 계약의 영향으로 순익 변동성은 그때그때 움직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급격하게 빠지거나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


그리고 이 추세가 꽤 자주 반복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2. 매출액 기성으로 인식


회계적 특성 중 하나. 수주산업 분석에 있어 필수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1번과 3번에서 이야기하는 체크포인트의 근간이 되어준다고 봅니다.


건설이나 선박 건조 계약 전체 금액이 1,000억 인 예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해당 금액을 일시에 인식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 해당되는 매출만을 인식하게 됩니다.


만약 현재 공정률이 30%이라면 300억의 매출만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다만 중간에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전체 금액이 변동될 여지도 물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원자재 금액을 반영하여 전체 계약금액이 수정되는 계약인지, 그렇지 않은 계약인지도 역시 확인해 봐야 합니다.


또한 공사원가가 대부분 조정이 되지 않은,


다시 말하면 현 수준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공사 준공시점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공정 후반부의 계약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이 업종에서 기성 인식이라는 말은 공정률 파악이 필수라는 걸 의미합니다.


3. 영업이익, 순이익에 포커스 맞추지 말기


2번에서 이야기 한 매출액의 기성별 인식과 결을 같이 합니다.


한 공사에서 10억 이익이 나왔다고 가정해 봅니다. 현 기준 공정률은 40%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사전 보유한 재고자산도 바닥이 나고 있고 상승한 원자재 가격을 매출 가격에 반영해 주는 에스컬레이션 조항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공정 50% 시점부터는 이익률이 확 떨어질 겁니다. 심한 경우에는 공사를 해놓고도 적자를 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4. 유지 Capex 반드시 파악 (고정비와 연계)


수주산업의 가장 큰 특색은 바로 고정자산, 유형자산의 높은 비중일 겁니다.


공장은 일감이 없어도 돌아가야 하죠. 기계에 녹이 슬면 제거 비용이 더 듭니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매출이 받쳐줘야 한다고 1번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유지 Capex는 쉽게 이야기하면 공장에 연간 들어가는 고정비를 의미합니다.


3번에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락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해당 숫자가 유지 Capex를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사업을 운영해서 기본적인 전기료, 임대료 등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심각한지 감을 잡아야 합니다.



5. 국내 및 해외 매출의 비중 파악 필수  


카타르, 이라크 인근에 대규모 플랜트 건설을 담당하던 중견기업 담당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수주 공사는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하더군요.


일례로 공사를 진행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대금 결제를 못 받고 있어 이상하다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 그 이유를 파악해 보았는데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상대방 대표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어 소위 말해 업체로부터 제대로 찍혔다는 것.


국내가 아닌 해외법이 적용되는 곳이라 함부로 항의도 못하고 마음고생만 엄청 하셨다고 하더군요.

이런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해외 공사 관련 재무제표에 찍힌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순간.


엄청난 기술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수주산업에 있어 해외 매출은 사업 리스크 외에 통제하기 힘든 정치 리스크가 뒤에 숨어 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참고로 그래서 저는 해외 매출이 50% 이상 넘어가는 업체라면 디스카운트를 적용하곤 합니다.


6. 역시나 유형자산 규모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


늘 강조하는 부분이라 이제는 뭐 별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일정 수준의 매출액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 매출의 비중이 높다거나,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공사를 하고도 자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시적인 자금 경색에 빠질 수 있습니다.


역시나 이럴 때는 담보가 최고입니다.


당장 현금이 부족하더라도 언제든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유형자산의 규모에 대한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재무제표에 계상된 숫자만 보지 말고 장부가인지 시장가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되면 더 좋겠죠?


7. 부채비율 제대로 계산하기


수주 산업에 있어 가장 신경 쓰이는 계정과목 하나를 이야기하라면 저는 바로 '선수금'을 뽑습니다.


이는 상대방으로부터 공사 잘해달라고 미리 받는 계약금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게 부채로 계상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선수금 비중이 큰 업체는 자연스레 부채비율이 높게 잡히겠죠?


이걸 다른 제조업의 부채비율과 동일하게 비교하면?


절대 안 됩니다. 하수 소리 듣게 되는 지름길입니다.

 


참고로 높은 선수금은 높은 부채비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매출이 발생할 미래의 일감을 해당 기업이 미리 확보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업을 잘했다는 이야기로도 해석이 될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보는 부채비율과 결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수주산업 기업들의 경우에는 선수금을 제외한 조정 부채비율에 대해 항상 물어봅니다.


그러고 나서 재무건전성을 다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


이외에도 많은 체크포인트들이 있습니다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참고로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겁니다.


핵심은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평가보다는 본인만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산업이나 기업, 재무를 분석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심사역이라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들 무탈 없이 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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