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기업공부 (Feat. 무한도전, 정형돈)
롯데카드, 동부제철, 동부건설
by
Dec 4. 2024
애정하는 전설의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예전에 동요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중에서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단연코 정형돈이 만든 '재미있는 자연공부'입니다.
개그 프로그램이지만 참 잘 만든 노래라고 늘 생각했어요.
특히 제 눈길을 끄는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니 아니야 고추잠자린, 고추 먹는 잠자리가!'
왠지 모르게 이 노래와 최근에 상담을 요청했던 기업에 대한 자문이 오버랩되는 오늘입니다.
흔히 신용평가보고서에는 '그룹 지원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개별 기업으로는 별볼일 없어도 대기업 그룹 산하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죠.
그런데 이런 걸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고 대충 기업 이름 보고는 '아!~그 기업은 OO 그룹 산하에 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라고 말하는 프런트, 지점장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기업을 담당하는 심사역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
어떤 분들은 '그게 뭐 대수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기업을 제대로 심사한다는 것은 이런 작은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해당 기업이 어느 대기업 그룹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고 심사를 의뢰하는 것은 정말 기본도 모르고 접근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정답을 곧바로 보지 마시고 먼저 직접 풀어보세요.
제가 기업금융 심사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 자주 내는 문제입니다.
Q) 다음 중 20대 대기업 그룹 산하에 있는 계열회사는?
1) 동부건설
2) 동부제철
3) 롯데카드
4) LG CNS
5) 현대캐피탈
정답은...
4,5) 번인 LG CNS와 현대캐피탈입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그룹이 아니고 현대자동차 산하의 금융계열사죠.
나머지는?
일부 그룹의 지분이 일부 들어가 있지만 모두 대기업 계열사가 아닙니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이 동부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동부그룹 산하 계열사라고 생각하죠?
그런 분은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계열사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https://biz.chosun.com/stock/finance/2024/07/16/FRXTCCGJLVEO5EFSYM5VQDNAL4/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위 기업들은 사모펀드에 매각되었거나 타 기업에서 인수한 기업들.
기존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을 뿐이예요.
그런데 이런 것을 모르고 기업금융에 접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금감원 다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감사보고서 한번만 봐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어떤 임원은 동부제철 직접여신을 요청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철강업계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동부그룹에서 지원할텐데, 너무 빡빡하게 보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대답했죠.
"동부그룹이 왜 동부제철을 도와주죠?"
그러자 가소롭다는 듯 웃으면서 그러시더군요.
"아니 동부제철이 동부그룹 핵심 계열사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저 역시 웃으며 이야기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동부제철은 KG그룹으로 매각이 되었는데요?"
"...아...그래요? KG?"
http://www.sn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47919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그 분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