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매출이 많은 사업장은 안전한가?
부곡 하와이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저와 같은 세대일겁니다.
초등학교 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으나, 결국 가지 못했죠.
나이 40 넘어서 진짜 하와이를 처음으로 가봤는데, 그 이후로 부곡 하와이에 한번은 가보겠다는 저의 로망은 머릿속에서 사려졌습니다.
화재 사고 이후로 많이 망가졌다고는 하지만 당시 한없이 즐겼던 마우이 바닷가의 멋진 경치는 잊을 수가 없네요.
참고로 아래 사진속의 두 녀석은 이제 원수가 되었습니다.
암튼 오늘은 진짜 하와이가 아닌 우리나라 하와이와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래서 심리적인 거리는 미국보다 더 먼 부곡 하와이를 심사로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부곡 하와이 인근에 위치한 숙박시설과 욕탕업입니다.
부곡 하와이는 경남 창녕에 있는데 사실 예전부터 물이 꽤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온천이 많았다고 해요.
오늘 주인공은 경남 창녕 부곡하와이 인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숙박업과 온천을 운영해 온 개인사업자입니다.
이분은 제가 일했던 은행의 충성고객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40년 동안 거래한 분이었으니 말 다 했죠.
영업점 직원들은 거의 이분의 노비 (?) 혹은 개인 비서였습니다.
물론 그만큼 이분에게 많이 뜯어내기도 했으니 저는 서로 윈윈하는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이분과의 거래는 매번 아무 탈 없이 반복되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그 속에서 늘 눈에 띄는 문구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실제 매출과 신고 매출이 상당히 상이하여!~'라는 심사 의견.

실제 수익은 10억에 육박하지만 현금 매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신고 매출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죠.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이 이런 일들이 꼭 제가 맡으면 문제가 터지더군요.
어느 날 조금 희미하게 복사된 서류 하나가 기한 연장을 검토하는데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문구 하나.
"국세 유예"
응?
곧바로 영업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oo 팀장님. 이거 국세 유예 되어 있는데 뭐예요?"
"아. 심사역님. 잘 모르셔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분 우리 본부 최우수 고객입니다."
"최우수 고객인 거는 잘 알겠어요. 그런데 국세 유예가 뭐예요?"
"국세 유예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체납도 아니잖아요. 그분 최우수 고객입니다. 심기 건드리면 안 돼요!"
계속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영업점 고객의 '최우수 고객'과 '국세 유예'라는 말이 오버랩 되면서 제가 직접 나서서 조사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오랜 기간 근무하던 직원을 사장님이 해고했는데, 이 직원이 앙심을 품고 국세청에 지난 10년간 현금 매출 누락분을 신고했다는 것.
그래서 해당 사업장이 과거의 세금 추징을 한꺼번에 당했다는 사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세금 추징 당한 금액이 자그마치 20억이었다는 겁니다.

거래 상대방은 '조세 심판청구를 하네 마네' 여러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과, 그 금액이 엄청나다는 것 뿐.
이럴 때는 빠른 조치가 최선입니다.
곧바로 부장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물론 정치적 이유로 (?) 연장을 해줘야 했지만 그대로 정상인 것처럼 승인하다가는 심사역이 독박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저는 국세 유예가 풀릴 때까지 3개월씩 단기 연장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충성고객'님이 이 사실을 알면 큰일 난다고 이야기하던 영업점의 항의가 있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갔죠.
계속 항의가 계속되자 그럼 본부장 전결로 연장을 하거나, 정상 연장을 해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작성해서 본부 명의로 시행문을 보내라고 이야기 하자 꼬리를 내리더군요.
본인이 책임지지 못할 일에 대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암튼 약 1년 가까이 끌다가 결국 해당 사업장을 매각하고 관련 대금으로 국세를 납부하면서 동시에 대출도 상환했습니다.
영업점은 사전에 이 건을 디마케팅 여신으로 지정해서 관련 금액 전부를 실적으로 인정받았죠.
모두 다 문제없이 해결되어 해당 본부장은 승진까지 했어요. 해피엔딩의 결말로 마무리.
(똑똑한 심사역 말 잘 들으면 이렇게 대출이 상환되어도 본부장이 승진합니다)
리뷰를 해봅니다.
이 딜은 개인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꽤 컸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전에는 심사를 할 때 반드시 실질을 반영해서 매출과 수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 건 이후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실질을 반영한 매출이 정확하긴 한데 대전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또 실제 매출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가급적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사람들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는 실제 매출이 신고 매출보다 50% 이상 큰 곳은 경계했던 것 같아요.
또한 위와 같은 '우발적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곳은 재무적 융통성 체크를 더 세밀하게 살펴봤습니다.
결론입니다.
현금 매출이 많은 곳이 채권자 입장에서 좋은 곳은 맞습니다.
그만큼 상환력이 보완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뭐든 지나치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 (?)이 있는지 반드시 체크해 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