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보감독 조상현

좋은 리더는 어떻게 팀을 만들어가는가?

by 고니파더

오래간만에 유재학 감독 이후로 프로 농구에 괜찮은 감독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조상현 감독입니다.

https://jumpball.co.kr/news/newsview.php?ncode=1065564891019221


스크린샷_5-3-2025_101613_blog.naver.com.jpeg

농구 광팬인 저도 이제는 실제 코트에서 슛을 쏘기 어려운 나이와 몸매가 되어갑니다. (서럽네요)

sticker sticker

개별 농구선수보다 감독들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죠.


그러던 와중에 최근 눈길을 끄는 인터뷰 기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위에 첨부한 LG의 조상현 감독 승리 인터뷰.


제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가비지 타임이 어디 있고, 식스맨이 어디 있나? 자기가 뛴 시간만큼 평가받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선수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맞는 말이지만 실행은 늘 그렇듯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조상현 감독은 본인의 말을 실행해 나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사실 이번 시즌 개막하기 전만 해도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가 팀의 멤버 구성을 완전히 바꿔 버렸기 때문이죠.


https://www.jumpball.co.kr/news/newsview.php?ncode=1065623852274195

LG라는 팀은 작년에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년도 정규리그 2위 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에이스 멤버들을 타 팀으로 트레이드했어요.

그러면서 시장에서 노이즈가 있는 전성현과 두경민을 영입하는 모험을 감수했습니다.

노이즈가 있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히는 감독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선수들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팀 기여도는 현재까지 크지 않습니다.

한 명은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팀이 무너지기도 했어요.

연패도 조금 했고.

그런데 지금은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조상현 감독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명장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sticker sticker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실행력이 대단하다고 보기 때문이죠.

잘나가는 팀을 바꾸는 거? 체질 개선?

말은 쉽지만 사실 이거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주변 평판이 좋은데 굳이 바꿀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그러다가 성적이 안 좋으면 무조건 감독, 리더 책임입니다.

그런 리더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그냥 '하던 대로 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

왜냐하면 본인이 굳이 나서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고 책임지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그럭저럭 자신의 임기는 연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은 서서히 병들어 갔습니다.

이와 관련 제가 전에 모셨던 부문장님은 인품이나 실력이 굉장히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업무적으로 인사이트도 탁월했고 배울 점도 많았죠.

한번 보고 들어가면 루스벨트 대통령과 폴 볼커, 그리고 마거릿 대처의 재정 정책까지 이야기해야 했으니 말 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분의 문제는 '늘 하던 대로~'만을 외쳤다는 겁니다.

'너의 의견은 좋은데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면 좋지 않잖아~'라는 멘트가 끊이지 않았어요.

결국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있는 사람들, 조직에서 Core라고 할만한 사람들이 다 떠났어요. (저 포함)

sticker sticker

리더로서 최악이 최고의 구성원을 놓치는 것임을 감안했을 때, 그런 의미에서 빵점짜리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도 본인의 임기는 연장되겠지만, Core들이 떠난 자리는 쉽게 메꿔지지 않는 법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와는 다르게 조상현 감독은 작년에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의 체질 개선을 했습니다.

추가로 새롭게 합류한 에이스 급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자 그들을 무리해서 게임에 투입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죠.

그러다 보니 과거에 스포트라이트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크게 성장하는 모습입니다.

유기상, 양준석, 정인덕, 그리고 필리핀에서 데려온 타마요까지.

흔히 말하는 기회를 잡지 못했으면 잊혀졌을 선수들이 좋은 팀 분위기 속에서 포텐셜을 터트리는 모양새입니다.

https://basketkorea.com/news/newsview.php?ncode=1065618081994232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팀원들은 이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 우리 리더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구나. 이름값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구나. 그럼 나도 열심히 해야지.'

sticker sticker

훌륭한 리더가 어떻게 조직 전체를 바꿀 수 있는지 조상현 감독을 보면서 다시금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기에 앞서.

이번 시즌 현재까지 LG의 순위는 3위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승에 도전하기 어려운 팀 멤버 구성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울 때 해줄 수 있는 에이스가 부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팀 전체를 뜯어고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에도 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면 그의 지도력은 인정해 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LG의 선전을 기원하며.

P.S : 오해하실까 봐 이야기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팀은 현대모비스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Covered Bond에 대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