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인가?대부업인가?
간만에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식음료업체 프랜차이즈입니다.
https://www.invest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0/22/2024102280246.html
참고로 식음료 프랜차이즈는 인수합병 시장에 나와서 제대로 Exit 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노랑통닭'을 인수한 큐캐피탈도 백종원 이슈로 인해 매각을 뒤로 미뤄야 했습니다.
https://dealsite.co.kr/articles/135401
그만큼 유행에 민감한 산업이라는 뜻이겠죠?
오늘의 주인공은 최근 광고 주인공이 변경된, 샤브올데이 브랜드까지 확장하고 있는 명륜진사갈비입니다.
요새는 고등학생들도 이런 곳에서 회식(?)을 하나 봅니다.

당시 겨우 롯데리아나 갔던 저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순간.
(갈비집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니...)
분석하기 전에 '왜 하필이면 명륜이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성대 근처 명륜동에서 이름을 따온 듯 합니다.
암튼 그건 그렇고 제가 주목한 부분은 이 기업의 이상야릇한 (?) 재무제표에 있습니다.
아래 기사와 함께 한번 보겠습니다.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8839
추가로 아래 기사는 이들의 사업모델을 제대로 저격하는 기사입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50933241
위 두 개 모두 핵심을 잘 파악한, 잘 쓴 기사라고 생각해서 소개합니다.
그럼 기사를 바탕으로 제가 주목했던 재무제표의 계정과목을 보면서 설명해보죠.
아래는 명륜진사갈비의 본점인 명륜당의 최근 재무제표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주니어라면 항상 매출액, 영업이익 이런 거 말고 재무상태표부터 보는 습관을 들이시면 업무 스킬이 한층 업데이트 될 것입니다.
최근 기준 명륜당의 총자산이 1,968억인데 단기대여금은 67억, 장기대여금은 무려 894억입니다.
둘을 합치면 961억이고 총자산에서 이들 대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50% 수준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자주 보는 신용평가사 자료에는 총자산에서 대여금의 비율이라는 재무지표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찾아내야 합니다. 별 게 아니긴 하지만.
재밌는 것은 프랜차이즈 갈비집의 총자산에서 대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는 것은 아무리봐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대여해 준 곳의 이름을 찾기 위해 주석을 보니 'OO대부'라는 곳들이 많이 보이네요.
이들은 명륜당의 관계회사로 프랜차이즈 신규 사업을 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자금의 일부를 혹은 대부분을 지원해 주는 업체로 파악됩니다.
'아!' 그러면 이제 그림이 맞춰집니다.
어떻게 그렇게 명륜진사갈비가 빠른 시간내에 가맹점 수를 늘릴 수 있었는지 말이죠.
자. 아래부터는 저의 뇌피셜입니다. 그러니 비난은 삼가.
1. 프랜차이즈 본사는 금융기관에서 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립니다.
2. 해당 자금을 자회사인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아마도 내부 거래이니까 4.6% 수준이겠죠?) 자금을 받은 대부업체는 가맹점주들에게 '부족한 돈 있으면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하며 고리대금업을 합니다.
3.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가맹점주는 높은 금리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4. 물론 장사가 잘되면 좋지만 가져가는 몫은 물품대금부터 시작해서 창업자금 이자까지, 다 본사로 갑니다.
쓰고보니 암울한 소설입니다.

...
아직 이 비즈니스의 끝이 어떻게 될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경험상 확실한 것 한가지는 '사업의 성공 여부는 본업 경쟁력에 있다는 것!' 입니다.
본업 경쟁력 (Feat. 글로벌 세아 vs 세.. : 네이버블로그
기존에 잘하던 닭고기 유통업에서 연예인만 앞세우면 다 될거라고 생각하고 겁도 없이 라면 시장에 뛰어들어 정신 못차리고 있는 하림을 보면 답이 나오는 듯.
명륜진사갈비의 본업이 대부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음식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재료,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그들이 보여줬던 '본업'의 경쟁력을 부디 찾기 바라며.
마칩니다.
P.S. 혹시나 해서 제가 애용하는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의 '한솥' 재무제표도 살펴봤습니다.
명륜진사갈비와는 매우 다른 모습의 재무제표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제품에도 재무제표의 냄새가 났었나 봄.
'19,900원 무한리필 고기뷔페보다 4,900원의 도련님 도시락에 끌렸던 이유가 이거였나?'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