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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오징어 회사

작지만 알찬!

by 고니파더

심사를 오래하다 보면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고수들이 꽤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업체도 그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비록 '물회의 공포'를 선사한 업체이긴 합니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실적만큼은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지만 강한 곳.


바로 조미 오징어를 생산하는 '정화식품'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한때 기차를 타면 '홍익회'라는 곳에서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팔았었죠.


이렇게 이야기하니 제가 엄청 나이 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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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과자 꾸러미 속에서 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정화식품이 만든 '버터구이 오징어'.


지금도 오징어 킬러인 저는 당시에 그 버터구이 혹은 전기구이 오징어를 너무 사랑했습니다만,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비싼 당신이었죠.


그 업체를 심사로 과거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려니 포항에 위치한 제조공장을 방문하던 순간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제조 시설을 방문하기 전에 본사 건물을 들렀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너무 낡았기 때문이었죠.


"아니. 이런 곳에서 업무가 가능하기는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했습니다.


지저분하고 허름하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국 굴지의 식품회사들 본사 ‘낡디 낡은덴 경영철학이 있다’ - 매일경제


그런데 제조 공장은 180도 다르더군요.


정말 깔끔 그 자체.


거기다 당시에는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자동화된 시스템과 HACCP 시설, 에어커튼 등, 말 그대로 제조 라인에 진심이라는 것을 확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과거 여신 심사 관련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장의 업무실이 사치품으로 도배되어 있지는 않은지, 직원의 화장실이 깨끗한지를 체크해라'


뭐 심사역이 형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인 듯 해요.


또 한가지 제가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공장에서 일하시는 종업원 들의 연령대였습니다.


젊은 분도 50대,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더군요.


알고 보니 지역 상생 측면에서 포항시에 거주하는 시니어 분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ESG라는 단어도 생소했던 시기였는데, 돌이켜보면 이런 게 진짜 ESG 아닌가 싶어요.


실적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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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00~700억 대의 매출에 40~60억의 EBITDA 수익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 까보지는 않았지만 거의 수익도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듯 해요.


더욱 주목하는 부분은 부채비율이 18%, 차입금의존도가 5.8%라는 것.


그야말로 환상적인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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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자, 대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런 재무안정성은 마법과도 같습니다.


다만 너무 보수적으로 운영해서 금융기관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점은 단점입니다만, 앞으로 해외 수출을 하게 된다면 조금씩 자금 소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근래 모든 투자가 주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이 업사이드에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바로 '지속 가능성'입니다.


이런 작지만 강한 기업들도 주목받는 날이 오기를 어서 바라며...아...먹고싶다. 버터구이 오징어!


P.S : 당시 공장 실사를 마치고 포항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물회 집에 갔습니다.

꽤 유명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위생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던 듯.

물회 먹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속이 느글느글 거릴 정도니...

서울에 도착해서 집까지 갈 힘이 도저히 없어서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던 일이 떠오릅니다.

다음날 출근도 못하고 하루종일 링겔만 맞았던 듯 해요.

원인은 노로바이러스!

그 이후 지금까지 저는 물회를 못 먹게 되었어요. (-).(-)

물회에 대한 트라우마를 선사해 준 기업이라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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