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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지 않은 기업을 통해 본 심사 체크포인트

중견기업 한유와 기업분석

by 고니파더

남부순환로를 타고 가다 보면 서울대 입구 근처에서 이상하게 지어진 건물을 하나 볼 수 있습니다.


주유소 위에 있는 건축물인데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한유'의 본사 건물입니다.


'한유'는 해상에서 본인들의 선박을 이용해 다른 선박에 주유를 해주는, 쉽게 말해 '바다 위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중견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선박 금융을 담당할 때, '이렇게 좋은 기업을 왜 몰랐지?'라는 생각을 안겨준 기억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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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걸, 당시 심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 기업을 다시 마주하게 된 하루로, 심사역 관점에서 이 기업의 장점을 기업 금융 심사 시 체크포인트와 연계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어차피 비상장이라 투자할 수 없는 기업입니다.


그럼 시작.


1. 어마무시한 업력


기업의 설립일이 1967년입니다.


오늘자 기준 58년 된 묵은지 장수기업이죠.


참고로 설립 50년을 넘긴 기업이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480개 정도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오뚜기, 현대중공업 등이 있다고 Perplexity가 말해주네요.


기업 금융 심사를 오래하면 저마다 포인트로 두는 정성적인 부분이 있는데, 나이가 들고 경험이 차면서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업력'입니다.


기업도, 사람도 '오래하는 사람이 잘하고, 잘하는 사람이 오래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출처: 최인아 작가)


P.S. 주니어들은 이 말 꼭 명심하시길. 멋모르고 잘난 척 나대다가 큰 코 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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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수한 자본 Quality


24년 연결 기준 총자본금이 1,794억인데, 이 중 납입 자본금은 13억, 이익잉여금은 1,615억입니다.


총자본금에서 이익의 누적치인 이익잉여금의 비중이 90%를 상회하네요.


그야말로 극강의 자본력.


늘 강조하는 부분으로 재무상태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이익의 지속가능성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왔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여러 잘못된 투자 형태를 봐왔기 때문이죠.


최근에 보면 기업과 사업에 대한 깊은 분석 없이 그냥 돈 던져 놓고 '제발 한 곳만 대박나라' 라고 기도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저에게는 별로였습니다.


또한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획득'인데, 투자만 하고 수확이 없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든 의사결정이었어요.


물론 Equity 투자자의 접근은 이해하지만, Debt 투자자에게 스타트업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봅니다.


이러다보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무엇보다 '작지만 지속적인 이익 확보'입니다.


'한유'는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입니다.


재무제표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2000년 이후 24년 동안의 이익 추이를 봤는데 단 한번도 적자를 시현한 적이 없더군요.


그야말로 극강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위기 대응 능력 (Plan B)


최근 한유의 부채비율은 131%, 차입금의존도는 35% 수준입니다.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인데 그렇다고 '정말 최고다!'라고 이야기 하기는 애매한 수치.


그런데 재밌는 것이 바로 유형자산 장부가액과 자본의 기타포괄손익입니다.


일단 유형자산 장부가 중 토지가액이 354억인데, 공시지가는 362억입니다.


엄청나게 저평가 되어 있는데 기타포괄손익에 재평가손익도 없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장부에 반영된 유형자산 장부가액이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갑자기 최대한 보수적으로 유형자산의 실제 가치를 구해보고 싶네요.


관련 자료도 없고 탁감도 해볼 수 없어서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공동주택의 공시가액 현실화율이 69% 수준이라고 하던데, 이를 감안하면 유형자산의 토지가액이 505억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이것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암튼 약 151억의 자본금이 추가로 증가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 보이네요.


24년 당기순이익이 150억 정도이니 연간 순이익만큼 유형자산 가치가 숨겨져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것들이 기업의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Plan B 를 갖춘 곳입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


'한유'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통해 제가 기업 금융 심사를 할 때 주요 판단지표로 활용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만, 다 다룰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심사라는 것은 사람마다 보는 View가 다를 수 있고 가중치를 두는 방법도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만 그래서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글이 여러분만의 심사 공식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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