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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사용법
이직과 전직, 그리고 헤드헌터
by
고니파더
Oct 4. 2024
오늘은 과거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년 전!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그룹 공채로 대기업에 입사했던 저는,
첫 월급 180만 원을 6개월 수습 기간 동안 받으면서 그야말로 현타가 왔습니다. (2000년 중반의 월급)
'그래도 대기업인데...'라는 생각은 차츰 무너져 내렸고 번쩍거리는 본사 빌딩에 출근하는 기쁨도 6개월 지나니 '내 건물도 아닌데..'라는 생각과 함께 사라져 버렸죠.
이후 신혼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도저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결국 '돈을 많이 주는 곳'에 대한 열망 (?)으로 대학 전공과 상관없는 은행에 취업했습니다.
은행원 생활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지만, 다행히도 안에서 저만의 엣지를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금융권 커리어가 올해로 거의 20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다 이직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보험사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군대 전역 시절 흔하고 흔했던 듯합니다.
전역 장교들을 채용해서 FP의 영업관리자로 활용하고자 했던 수요가 많았던 것이 주요 이유였는데,
보험 영업관리라는 것을 너무 싫어했던 저는 보험산업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에는 보험 영업을 서슴지 않던 대학 동기의 악행도 (?) 한몫했다고 볼 수 있죠.
그날 이후 '절대 보험사는 안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20년이 지나 지금은 보험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
과거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하고 오늘은 그동안 취업 시장에서 직접 경험했던 이직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바뀌고 있는 듯 하지만 은행은 여전히 공채 문화에 익숙하고,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삼성도 여전히 공채문화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신입 공채…삼성은 왜 계속 유지할까?|동아일보 (donga.com)
다만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신입 공채는 솔직히 돈 되는 장사는 아닐 겁니다.
'사람을 키워서 쓴다' 혹은 '회사의 로열티를 Boost 시킨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공개 채용에 의한 기수 문화를 유지해야 하겠지만,
효율성 부분에서 보자면 돈만 나가고 결과는 그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죠.
고로 기업 입장에서는 능력 있는 경력직을 채용하는 수시채용 시장 확대를 선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고 또한 사회적인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아래 기사처럼 모두가 경력직 공채만을 원한다면 신입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을 것인가?
중소기업을 먼저 경험하라는 말 하는 사람들 중에, 자기 자신이나 자기 자식을 먼저 중소기업에 보내서 경험을 쌓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될 말.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나”…기업 75%, 신규 채용에 ‘직무 경험’ 가장 중요 - 이투데이 (etoday.co.kr)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기업들도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이직이 활발이 이루어지는 시대입니다.
다만 이직이 가능하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의 능력은 말 그대로 해당 업무와 직무에 대한 "능력 그 자체"를 의미.
반면 공채 면접관으로 활동해 본 경험에 의하면 신입 공채는 능력이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긴 신입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보다는 상대방보다 조금 능력이 안되어도 '패기'가 있다거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되거나 '학벌'이 좋으면 2차 면접 대상으로 올려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력직은 조금 다릅니다. (다른 것 같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아직 경력직 면접에 참여한 경험은 없으니)
중간에 과장급 이상의 시니어급으로 채용하는 경우라면, 인사팀의 채용 리스크가 배가 됩니다.
결국 이 틈새를 헤드헌터들이 파고드는 셈인데,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을 경험한 저로서 이와 관련된 썰을 풀어보는 것. 이것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참고로 블라인드에서 헤드헌터 사용법이라는 글을 올린 '머크'라는 분의 글, 이게 가장 좋습니다.
제 기준 가장 잘 정리된 글.
블라인드 | 이직·커리어: 프로 이직러의 헤드헌터 사용법 (teamblind.com)
먼저 본인이 과장급 이상이거나, 나이가 40이 넘어가는 시니어급 이직이라면 헤드헌터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는 오래된 직장생활을 통해 활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을 찾아보는 일과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부터 쓰기 시작하는 일이 이제는 너무 버겁게 다가오곤 하죠.
그와는 별도로 헤드헌터들에게 나의 이력서를 쭉 뿌려 놓으면, 그들이 알아서 회사를 매칭해 옵니다.
다시 말해 채용과정의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
추가적으로 좋은 점은 헤드헌터들을 신뢰하는 회사의 경우, 이들을 통해 지원 시 서류 전형에서 일정 수준의 혜택을 (?)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
내가 지원하는 회사 화면에서 헤드헌터와 관련된 코드를 입력하라는 셀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코드를 본 순간, '서류는 통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면접에는 강한데 서류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다소 부족한 지원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이 하나의 Key factor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 역시 존재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능력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능력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입니다.
학벌이 좋고 괜찮은 회사에서 나쁘지 않은 직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 헤드헌터들의 요청을 수시로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이력서만 올려놓으면 헤드헌터들한테 연락이 올 것이다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이 시장에 처음 발을 내밀었던 제가 딱 그런 착각을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먼저 주지 시키고 싶네요.
두 번째 할 수 있는 착각은 헤드헌터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들의 목적은 저의 재취업입니다.
다만 이것은 저라는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잘되어야지만 본인들에게 성과급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합격 가능성이 높은 지원자를 찾기 마련이죠.
문제는 그렇게 선별 작업을 하다 보면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우후죽순 잡오퍼를 내서 지원자 풀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따라서 헤드헌터들로부터 오퍼를 받았다고 해서 들뜨지 말아야 합니다.
세 번째로 걸러야 하는 헤드헌터들이 있습니다.
세부적인 JD (Job Description) 없이 이력서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들.
이들은 위에서 이야기 한 일종의 '이력서 컬랙터' 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내가 이 정도 이력서를 보유하고 있어'라는 걸 이용해 상대방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자들.
즉, 당신의 이력서를 이용해 자기의 능력을 키우는, 일종의 박쥐 같은 사람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화통화 한통 없이 이메일로만 내용 통지하고 이력서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걸러야 합니다.
성의가 없는 사람들인데, 이 정도의 노력도 없다는 것은 당신의 이직이나 전직에도 별로 관심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진행한 채용은 제대로 되는 꼴을 못 봤습니다.
저의 경우 이제까지 7~8명 내외의 헤드헌터들과 만났는데요.
친절한 사람도 있었고 재수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직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일 잘하는 헤드헌터는 결과로 말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결과라는 것이 이들의 노력과는 무관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헤드헌터들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후관리.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지원자 합격 후에 쌩까는 헤드헌터가 아닌, 작은 축하 화환이나 꽃 한 송이 보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저의 경우 이 애프터서비스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
대이직의 시대.
과거와는 다르게 이직을 했다고 하면 그 사람을 다르게 바라보는 저를 느낍니다.
무엇보다
결국 능력 있는 사람들은 소속된 회사에서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나간다는 사실
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분명한 사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가 되는 것 같기 때문이죠.
오늘은 여기까지.
P.S : 헤드헌터분들을 비판하려는 목적의 글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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