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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Oct 07. 2024

빽과 능력

학연, 지연, 혈연

오늘은 최근 회사에서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가 무엇인지 유심히 지켜보게 됩니다.


여기서 백그라운드는 두 가지로 용도로 사용되는데요.


첫 번째는 말 그대로 Background.


그 사람이 어떤 학교를 나왔고 전공은 무엇이며 어떤 직장 경력과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펙'을 말합니다.


참고로 '스펙은 높을수록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물론 스펙도 좋고 일도 잘하면 "역시"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반면 스펙은 좋은데 일머리가 좋지 않으면 "뭐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죠.

(기대치가 꺾인다는 말)


그야말로 공부 잘하는 것과 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직장생활을 하면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두 번째로 백그라운드가 "빽그라운드"로 쓰이는 경우입니다.


출신 학교나 전공, 혹은 업무 능력이나 팀 Managing 능력을 감안했을 때,


'아무리 봐도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인간들이 간혹 있습니다.


까보면 열에 아홉은 거의 다 "백"을 사용해서 들어온 사람들인데 조직입장에서는 정말 암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죠.


물론 C-Level 직위를 가지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을 조직에 전략적으로 (?) 어쩔 수 없이 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략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서의 전략은 '정치'로 해석됩니다. 오해 마시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전 은행에 근무했을 때 역량이 안 되는 선배가 한 명 있었습니다.


아무리 비교해도 그 나이대의 동기들과 어울리는 스펙이 아니었죠.


업무능력도 기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상한 마음에 알아봤더니 그분 아버지가 조합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무리 그래도 왜 이런 사람을?'이라는 의문이 들던 찰나,


그 사람을 채용했던 인사팀장님과 술 한잔 하면서 '왜 그런 사람을 조직에 둘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결국은 '전략적 제휴'였습니다.


'당신의 자녀를 채용할 테니 이번 이사회에서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 당시 CFO의 협상 조건이었다고 하더군요.


이사회에서 하도 성가시게 하니 채용으로 귀찮음을 무마한 것이죠.


취준생 여러분들은 이런 걸 들으면 부조리하다며 격분하겠지만 세상이 그렇습니다.


반드시 정의롭기만 하지가 않아요. 아래 기사처럼 말이죠.


은행권 채용비리 하나·국민은행 등 5곳 연루...취준생 분노-NSP통신 (nspna.com)


그래서 이런 '아웃라이어' 들에 대해서는 항상 체크하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직장에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피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있는 곳도 마찬가지.


여기에 예외는 없는 것 같아요.


'oo 차장은 xx 임원의 아들이다'


혹은


'oo 부장의 아버지는 정부 관료였다'라는 것들이 그것이죠.


답답하지만 현실입니다.


이들로 인해 소중한 인건비가 낭비되고 훌륭한 인원이 채용되지 못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지만 (?),


그들로 인해 정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비용은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되는 순간 일이 커진다는 겁니다.


만약 연줄로 들어온 사람들이 중요한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그건 조직이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잘못된 길로 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구성원의 사기가 꺾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뒤로 들어온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능력도 없는 사람이 앞에 나서서 자기 뜻대로 일을 처리해 나간다?


그걸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되죠.


결국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냥 아무 소리 하지 말고 피하자'


이 부분을 책임자가 막느냐 못 막느냐가 조직 관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이런 사람들의 종착역, 혹은 한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부장까지는 올라가지만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사람들은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그만큼 능력보다 다른 걸 내세우는 것의 한계가 결국 드러난다는 걸 의미합니다.


생각해 보면 본인 연줄이라고 믿었던 낙하산들이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주변에서 힘을 잃어가게 되니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래간만에 낙하산 인물로 인해 피곤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나는 나, 너는 너'라고 인정하며 제 갈길을 잘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하루네요.

다들 무탈한 직장생활 보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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