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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Oct 08. 2024

신용평가보고서의 장점과 단점

진짜 크레딧 보는 법

" 회사채 발행 이력이 없습니다. 신용평가보고서도 없어서 우리가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이없게 들리는 이 말은 미들이나 백에서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프런트의 의견입니다.


이런 식으로 밖에 못하는 건가 라는 생각에 화가 나더군요. (심사에서 하는 말이 아님)



신용평가기관에서 대상 회사에 대한 등급을 산정하지 않았다는 것,


다시 말해 회사채 등급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투자를 접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요.


이대로는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해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회사채 등급이 없습니다. 그럼 그런 회사들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인가요?"


"등급이 없다는 것은 회사가 그만큼 규모가 작다는 의미겠죠. 그런 작은 회사는 우리 투자 대상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채 발행을 20년 전에 해서 최근 등급이 없는 삼성전자는?"


"그리고 부동산 자산이 모두 장부가로 평가되고 있는 부영 그룹은?"


"또 무차입 경영을 하는 호반그룹은?"


"이 회사들도 규모가 작아서 투자를 못하는 건가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회사서 20조 빌렸더니…빛바랜 '삼성전자' 다시 꺼내든 회사채 시장-인베스트조선 (investchosun.com)


은행에서 장돌뱅이로 여기저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심사를 한 경험 때문인지,


보험사의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때로는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보다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에 대해 '몰라서' 투자를 실행하지 못하는 점은 정말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호한 회사채 등급을 보유한 기업 =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초등학생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일도 아닌 일입니다.


솔직히 이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개념도 잘 모르겠습니다.


안전한 투자 대상일 수는 있지만, Risk 대비 Return 이 높은 건지는 판단하기 힘들거든요.


조금 더 고민해 보면 그 '신용등급'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람이 정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등급 체계에서도 많은 허점이 역시 보입니다.


아래 기사처럼 말이죠.


  “은행·신용평가기관들 악마에게 영혼 팔았다” - 경향신문 (khan.co.kr)


물론 저 역시 심사역의 입장에서 신용등급의 중요성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에만 빠져서 분석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평가 등급이 없기 때문에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말이 마치 '등급이 없으면, 신용평가 보고서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해요.'라는 자신의 무능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이야기를 하나 덧붙여 봅니다.


재무분석을 처음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업무 습관 중 하나는,


기업을 볼 때는 무엇보다 금융감독원의 다트에 공시되는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천천히 뜯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없을 때는 신평사의 Credit Rating 분석 보고서를 참고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


계정 과목 하나하나 뜯어가면서 봐야지만 직성이 풀린다고나 할까.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해 보면, 기업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자신만의 틀이 생기게 됩니다.


그 틀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나가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해오는 기업분석 작업이었습니다.


저한테는 이것이 익숙한 일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기업분석도, 재무분석도 자기가 하나하나 직접 해봐야 더 깊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업무 처리 방식을 꼰대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저는 그냥 꼰대 할래요. -.-


추가로 이 글에서 절대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신평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연구위원의 능력을 깎아 내리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


그 보고서는 그것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평가보고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형태는 지양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모든 정보가 그 보고서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죠.


오늘은 신용평가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잘못된 업무 처리 절차가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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