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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Oct 21. 2024

부족한 프런트 VS 넘치는 미들

절차와 결과, 그리고 중재

최근 심사건을 진행하면서 '이런 경우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가 싶어 타 금융사에 있는 선후배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신기해하더군요.

(저의 판단 착오가 아니라는 말)


짧게 이야기하면 잘못된 조직관리, Work flow가 주는 단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비판이 글의 주된 목적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투자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그때 지금과 같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미리 기록해 두는 것일 뿐.


그럼 시작~


일반적인 금융회사의 심사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프런트라고 불리는 영업조직이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고 투자 집행거리들을 물어온다.  


2. 가볍게 (?) 검토 뒤 내부 품위를 거쳐 심사 의뢰.


3. 심사부서는 주 심사역을 배정하고 서류 심사 2~3일, 기업실사 및 인터뷰 이후 심사역 협의회 2일 정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결정. (제 기준 소요시간임)


4. 심사 결과 (가결 혹은 부결) 프런트에 전달.


5. 프런트 해당 투자를 실행 혹은 Stop.


업계에 계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이것이 기본.


오늘 관련된 이슈는 위에서 이야기 한 1,2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열의가 부족한 건지 (인센티브 체계가 세련되지 않음),


능력이 안 되는 건지 (개인적 판단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


제대로 된 컨택포인트가 없는 건지...(이건 노력의 문제, 평판)


도무지 심사 진행할 만한 것들이 올라오지 않더군요.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못됩니다.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적극적인 심사"를 한다는 거창한 표어 아래 새로운 업무를 미들 오피스인 저희가 나서서 진행한 것이죠.


물론 이럴 때는 부서 내의 R&R 이슈가 있기 때문에 사전 조율은 필수입니다.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느냐? 당연히 했습니다.


이번에 심사하는 건들은 그동안 진행하지 않았던,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인 만큼 선두에 서서 우리가 전체적인 것들을 컨트롤한다.


단, 임원에 대한 설득도 미들에서 한다.


과실은 프런트가 가져가면 된다.


이후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되면 모든 업무 진행을 처음부터 프런트가 맡아서 한다.


그렇게 빠르게 일이 시작되었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저의 기대와는 다르게 (?) 해당 심사건이 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통과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이때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걸 감지한 프런트가 그것을 처음부터 영업 조직인 본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사유로 일을 Drop 한 것.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상은 부서 간 파워게임의 하나.


이럴 때는 중재자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중재자라면 이렇게 이야기했을 겁니다.


"절차 측면에서 보면 본건은 거꾸로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투자건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한다면 이건은 진행을 한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부서 간 의견 조율을 사전에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메이드 된 일은 추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딜은 보수적인 Back Office Confirmation 은 받았지만,


Front Office의 열렬한 (?) 의지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케이스.


이자수익 한 푼이 모자란 이때 7%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 건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라...


참 아쉬운 의사결정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결과보다는 과정이, 일을 추진하는 절차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흐름대로 진행되지 않는 법도 있는 거죠.


그런 순간.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실제 사례로 이야기하다 보니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자리가 되었네요.


답답한 마음에 올린 것이니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미리 사과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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