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걸어둔 마음

by 롤코



소녀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 어둡고 삶이 고요할 때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그날 밤도 어김없이 소녀는 고개를 뒤로 젖혀 밤하늘의 별을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문득 저 별들의 이름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저 작은 점들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리움, 소망, 비밀, 상처 그리고 후회와 자책 • • ”

입에서 튀어나온 그 이름들은 꽤나 의외였습니다.

밝고 찬란한 빛을 내는 아름다운 별과는 거리가 먼

쓸쓸하고 고독한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외롭고 고독했습니다.

하루 끝 해가 진 뒤에 찾아온 어둠으로 가득 찬 밤하늘은 외롭고 고독했습니다. 그런데 밤하늘에 홀로 떨어진 저 별들은 더 외롭고 고독했습니다.

그 순간 느꼈습니다.

소녀가 올려다본 것은 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외롭고 고독한 자신의 아픔들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떠오른 아픈 기억들을 마주한 소녀의 눈이

두려움 속 회피로 감기려던 그때 저 반짝이는 아픔들이 속삭입니다.


“지금의 너 괜찮아.”


소녀의 밤하늘을 가득 메운 떠나간 인연별부터 간절히 바랬지만 이뤄내지 못한 소망별, 크고 작은 비밀별과 후회 속 자책별,그리고 조용히 덮어놓은 상처 별들이 지금의 너는 괜찮다며 되려 소녀의 어깨를 토닥입니다. 그리고 그것들 역시 소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소녀를 품어내고 있습니다.


그 순간 소녀는 깨달았습니다.

가슴에서 버리려 밤하늘에 걸어둔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 속

스스로를 뜨겁게 태워 만들어 낸 그 빛이 소녀 자신을

밝게 비춰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소녀는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내가 걸어둔 나의 마음들이, 나를 품어내고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마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젖힌 고개를 내리고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지긋이 다지며 용기를

내어 앞을 향해 걸어가 봅니다.


그렇게 소녀는 가슴에 품고 밤하늘에 걸어둔

아픈 별들의 품 안에서 어른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