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그림자

by 롤코


새벽 두시가 조금 넘은 새벽, 편의점에 가던 길이었다.

저기 맞은편 편의점으로 가기 위해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는데

서로 마주 보고 있던 아파트 신호등 불빛이 만든

두 개의 그림자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두 개의 그림자 중 하나는 색이 진하고 선명했다.

나머지 한 개의 그림자는 색이 연하고 흐릿했다.

나는 나를 그린 이 그림자들을 보고 생각했다.


진하고 선명한 그림자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나이고

연하고 흐릿한 나머지 한 개의 그림자는

가면에 가려 흐릿해진 본래의 나 일 것이라고.


어릴 적 나는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이것은 좋은 거고 저것은 나쁜 거다 식의

정답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불확실한 정답을

부모와 내가 잘 보여야 할 그 어떤 이들에게

관심받기를 위한 하나의 무기로 사용하고는 했었다.


내가 이토록 관심받기에

집착하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어른들은 어릴 적 나에게 끼가 많은 아이라고 종종 말했다.그래서 나는 그냥 끼가 많은거구나 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끼가 많아 관심받기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사실 관심을 통해 얻어 내고 싶었던

거대한 인정욕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정답 만이 가득한 삶 속

잘했다, 최고다 등이 주는 확신이 필요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나는 더 많은 인정을 요하는 사회 속,

불안정한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회라는 현실 속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깨우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인정욕구라는 것이

내가 정말 울고 싶은 순간, 눈을 질끈 감게 만들었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순간,

입을 꾹 닫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인정을 통해 사랑받고 싶다는 것에 갇혀

내 생각과 감정은 철저히 무시한 채

나를 닫아 놓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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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꾹 닫은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인정욕구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버림 받고 싶지 않다는 외로움이 만나면

여전히 인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내 모습을 마주하곤 한다.

그리고 자주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이제는 울고 싶은 순간, 눈을 지그시 뜨고

말하고 싶은 순간 조금씩 입을 떼어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꺼내 보이려 노력한다.


언젠가는 나라는 존재 그대로 꺼내 보이지 못하는

연하고 흐릿한 저 그림자가 진짜 내가 아닌

나를 당당히 내 보일 수 있는

진하고 선명한 저 그림자가

진짜 내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부단히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