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뮤즈에게

by 롤코


6년 전, 한 남자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 남자는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띈 채,

늘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진짜 시끄럽다!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지!


그로부터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진짜 시끄럽고 친하게 지내지 말자 했던

그 한 남자가 내 곁에 서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습니다.


6년이라는 세월은

그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습니다.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은 약간의 어둠이 드리워졌고

매일 같이 소리 지르던 목은

삶의 무게와 현실의 장벽에 눌려

더 이상 소리를 시원하게 지르기도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당신의 축 처진 어깨와 힘이 빠진 다리.

당신은 나를 몸으로 웃기려 애쓰고 있었지만

그 순간 웃음 뒤에 가려진 것은

당신의 인생임을 알았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자주 마음이 아프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쌍함이나 애처로움 등의

연민의 감정은 또 들지 않습니다.


그는 생각보다 더 지혜롭고 똑똑하고

잔머리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나는 모릅니다.

나의 삶의 방향과 먼 인생을요.


그리고 당신 또한 모릅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삶이 정답이든 오답이든

누군가의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요.


어느 날,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삶의 상처도

이상하리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그게 좋기도 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와 꼭 들어맞는 당신에게서

나의 삶의 방향과 먼 인생을 보고는 합니다.

그렇게 미리 본 나의 30대는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과 똑같은 삶이고,

같은 길이라 하더라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이것이 내가 당신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함께 내 생에 첫 독감에 걸린 날이었습니다.

함께 응급실에 다녀오는 길에

나는 생에 첫 독감이라며 신나 했습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내가 그날 신나 했던 것은

독감에 걸려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의 “처음”을 함께 했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무뎌진 세상 속,

우리는 이렇게 우리만의

“처음”을 만들어 가나 봅니다.


하루는 내게 당신은

왜 당신을 사랑하냐 물었습니다.


그날, 긴 말을 두서없이 뱉어 놓았지만

사실 이유는 없었습니다. 나의 느낌을 믿는 것처럼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랑의 이유가 생긴다면 그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그 사랑 또한 끝날 것임을 잘 아니까요.


그리고 나는

처음 당신이 좋아지기 시작했던 그 “배려”라는 것이

그냥 참고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유라면

나는 이제 당신의 그 배려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더 이상 주변을 둘러보지 않아도.

그 누구를 위한 희생이 깃든 삶이 아닌

당신 본인을 위해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사랑할 자신만 있을 뿐입니다.

다른 건 다 변해도

당신의 따듯함은 여전할 것 이니까요.


이제껏 사랑을 담은 글은 너무나 어렵다 생각했습니다.

또 의미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던 내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예쁜 문장을 고민하고

그 어렵던 글이 이렇게 술술 써 내려가지는 것을 보니

진짜 사랑이 찾아왔나 작은 설레발을 쳐보기도 합니다.


세상이 낭비라 부를 우리가 보낸 수많은 새벽 속

목적지 없는 저 먼 길을 달리며 맡았던

축축한 새벽바람 냄새들과,

그 새벽 숨죽여 들었던 우리의 마음을 울린 노래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이런 사람입니다.

당신도 모른다는

인생”을 내게 알려주고,

당신이 받아본 적 없다는 “사랑”이

무엇인지 내게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었습니다.


글의 끝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사람이 행복의 정점을 찍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기고

바닥을 치면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이, 아니 우리가 걷고 있는

지금 이 길이 바닥이라면,

그래서 앞에 놓인 것이라고는 높은 오르막 길뿐이라면,

이제 우리의 다음 순서는 “정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로가 되고 싶었지만 줄 수 있는 건 마음뿐이라
이렇게나마 나의 진심을 글로 담아 당신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