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인간

언젠가는 더 넓고 깊은 바다로 나아갈 날을 소망하는 거북이

by 롤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인 존재는

지구라는 작은 우물에서 살아간다

내가 상상하는 그 우물 속에는

더 넓은 세상을 들여다보지 못한

가여운 개구리도 살고,

언젠가는 더 넓고 깊은 바다로 나아갈 날을

소망하는 거북이도 살아간다


그 우물 속은 마치 인간의 삶과도 같다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지 못한 채

현재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

도전과 실패를 맛보면서도

단 한 번의 성공이라는 쾌락만을 위해

느리지만 쉼 없이 나아가는 사람.


내가 정의하는 인간이 삶을 대하는 방식은

이 두 부류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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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준비한 자격시험이 있었다

법에 무지한 사람이었던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을 망설였고

온갖 안될 이유를 스스로에게 늘어놓으며

도전을 위한 첫 발걸음은 나에게서 멀어져만 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동갑내기 옛 친구에게 들은 그 어떤 한마디가

내 뇌신경을 자극했고 죽은 줄 알았던 욕심이라는 것이

팽팽한 풍선이 되어

작은 바늘에 팡하고 터져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가 하염없이 미뤄온 그 도전을 이루고자

2년간 다녀온 일터에 무작정 퇴사 소식을 전했고

뭐에 홀린 듯 꽤 오랜 시간을 합격이라는 단어에만 매진하며

그 외롭고 쓸쓸함 가득한 암울의 날들을 묵묵히 견뎌왔다


그로부터 2년 뒤,

나는 최종 합격이라는 단어를

내 눈으로 끝끝내 보고 말았다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나를 향한 칭찬과 격려가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싫진 않았다


그런데 왜일까, 그토록 소망하던 일들이 이뤄졌음에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고

2년 전 그때의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잡다한 걱정과 불안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흐르던 어느 날

내 마음속 정답 모를 물음표에 해답을 던져 준

어느 한 분을 우연히 뵙게 되었고

한 인간이자 같은 여자로서

이 사람의 모양새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느낀 존경이라는 하나의 감정과

또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나의 열정이 만나

또 어떤 무언갈 위해 달려가 보려 한다


이로써 나의 그 불안의 이유를 서서히 깨달아 가기 시작했고

나는 지금 이걸로 만족할 수 없고,

더 많은 걸 이뤄내고 싶은

내가 나눈 두 부류의 인간 중 하나인

거북이 인간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칭하는 이 거북이 인간들은 조금은 느리지만

언젠간 나도 더 넓고 깊은 세상으로 나아가리란 믿음 하나로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 거침없고 강인한 인간들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아스팔트 위에 피어난 민들레와 같은

진귀한 생명을 보고도,

눈이 오고 비가 오며 꽃이 피고 지는 그날들이 오고 가고

그렇게 흘러감을 모른 채

세상의 아름다움과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또다시 도전하고

그 고독하고 쓸쓸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길 자처하는 것은

그 암울의 시간이 나에게 줄 어떤 단단한 무언가와

밤이 가면 아침이 오듯

달이 지면 해가 뜨듯

나에게도 눈부신 그날이 올 것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굳이 뭔가를 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삶에 안녕을 고하며,
무언가 하나라도 내가 살았던 흔적과
삶의 가치를 당신이 남기고 싶다면,
살아 있는 동안 꼭 한번 시작해 보라.
시작하면서 만날 수 있는, 그 기적의 하루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中 -김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