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산 따라 그의 마음 따라 무작정 걷고 걷다
수북이 쌓인 눈으로 가득 메운 소로를 마주했다
그 길 위 사람의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차디찬 눈과 시린 바람만이 휘돌아
어둡고 쓸쓸한 적막함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 길을 건너려던 그는 길의 시작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소로 앞 그때의 그는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외로웠던 걸까
깊은 고민 끝에 그 적막 가득한 소로로 향해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그때 저기 저 앞 눈에 지긋이 다져놓은
그 어떤 이들의 발자국이 보였다
그리곤 그는 아무런 생각의 의식과 흐름조차 없이
자연스레 그 소로 위 눈 발자국 위를
더욱 지그시 밟아 가기 시작했다
그 길을 걷던 그는 소로 앞 멈칫하던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했다
밟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지만
그는 저기 저 멀리 보이는 목적지까지로의 길은
하나임을 알았고
대로와 지름길을 건너고 또 돌아 마주한
소로 또한 건너가야 함을 알았다
하지만 그 '용기'라는 것이 두려움 앞에
휘발되어 도저히 나아갈 수 없을 때는
저기 저 앞 그들의 발자국을
더욱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길을 걷던 그는 소로 앞 망설이던
자신의 외로움을 인정했다
눈바람은 너무나도 차디차고
저 소로 위 사람의 인기척조차 없는 적막이
그를 자꾸만 쓸쓸하게 하여
그의 남은 '희망' 마저 외로움 앞에
휘발되어 도저히 나아갈 수 없을 때는
저기 저 앞 그들의 발자국을 더욱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저 선명한 그들의 발자국은
그에게 작은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희망을 주었다
.
.
이 글은 심규선의 소로를 듣고
그녀가 소로라는 단어에 담은 그 의미를
나의 머릿속 한 장면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들의 삶 속 끝없이 뻗어있는 그 길 위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경적소리를 내며
사람 내음 가득한 대로도 있고
사람의 온기는 온데간데없는
고요함과 쓸쓸함 가득한 소로도 있다
대로와 소로를 넘나들며
스스로가 정해놓은 목적지로 가기까지의 길은
멀면 멀수록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힘겹게 느껴지겠지만
모두가 그렇듯
그게 인생이듯
내가 가는 이 길의 어두움과 그 적막함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저 묵묵히 또 겸허히
그들의 소로를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소로, 그것은 당신의 고난이다
고난, 그것은 당신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