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미소 띤 강인하고 대단한 나의 할머니

by 롤코


나는 남들이 모르는 버릇이 하나 있다.

바로 힘이 들 때나,

무언가에 큰 간절함을 느낄 땐

두 손 모아 눈을 꼬옥 감고

하늘에 곤히 잠든 나의 할머니에게

기도를 하는 것이다.


나의 할머니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내가 11살이던 해에 불의의 사고로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셨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소식을 듣고

사촌 오빠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는데

그날 고요한 차 안 사촌 오빠의 음성,

병원으로 가기까지의 길, 그 순간 나의 감정.

죽음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11살짜리 어린아이가 느낀

그날 그 순간은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어느 하나 뚜렷하는지 않은 게 없다.


그렇게 할머니의 장례식이 급히 열린 그날,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경험했을 영원한 이별의 아픔과

다른 가족들의 황망함 속 통곡 섞인 눈물들이

그때의 어린 나를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하였고

끊임없는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 홀로 조용히 울다 지쳐 멍하니

나의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나는 너무 놀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분명 방금 전까지 울상이었던 사진 속

나의 할머니의 얼굴이

곱디고운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울어서 눈이 잘못됐나 하며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보고 또다시 봤는데도

나의 할머니는 분명 웃고 있음이 확실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생전 5남매를 수십 년간 홀로 키운

강인한 나의 할머니가

난 괜찮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모두를 다독이고 있구나 말이다.


그 순간 난 잠시 슬픔의 눈물은 가슴에 넣어두고

나의 할머니는 끝까지 강하고 대단한 여자구나 하며

남몰래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정말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난 너무 어렸지만 그 문 앞에 멈춰

들어가길 망설이는 어른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애처로운 통곡소리가

이젠 영영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임을 예고해 주었다.

슬프면서도 무서운 이상한 감정에 들어가길 겁내하는

내게 우리 아버지는 꼭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 하셔

큰 용기를 내어 나의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처음 겪는 그 상황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나는 내 옆에 있던 아버지의 얼굴로 눈을 급히 피했다.


그런데 그때,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한 방울 안 보이던

나의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눈물 한 방울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나의 아버지의 눈에 고인 눈물을 생에 처음 본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벌써부터 찾아온 나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 모두를 잃고 세상에 형제들과 홀로 남겨진

나의 아버지의 애처로움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1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별에 눈물짓던 열한 살 여자아이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아픔을 추억할 수 있는

스물네 살의 성숙한 여자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한 현재

나의 할머니이자 그전에 한 여자인 그녀는

끝까지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기에 내가 힘이 들 때

하늘이 품은 강한 그녀에게

기댈 수 있는 것이고,

그러기에 내가 간절히 무언가를 원할 땐

하늘이 품은 대단한 그녀에게

엄청난 소망을 소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 숨 쉬지 않아도

얼굴을 마주 보고 만질 수는 없어도

늘 마음속으로 추억하고

마음속에서 누구에게 말 못 할

나의 속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우리는 마음 깊은 곳 안에 자리 잡은

소중한 나의 할머니와 손녀이자,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가끔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움이 사무치지만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면 늘 그랬듯 의연하게


두 손 모아 눈을 꼬옥 감고

나의 마음에 곤히 잠든

강인하고 대단한 나의 할머니에게

할머니!라고 이야기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