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읽고나서 한동안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읽다가, 그녀의 익숙치 않은 의식의 흐름 기법에 잠식된 머리를 환기시키기 위해 선택한 영화 친구.
준석(유오성)이 동수(장동건)을 죽인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찬반이 많았다는 이 영화. 우정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준석이 죽인 게 아니라, 준석의 부하직원의 실수로 죽인거라 결론짓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훨씬 깊은 작품성을 위해선, 준석이 동수를 죽인 것으로 잔인한 결론을 지어야만 한다.
왜냐면, 이 영화는 우정을 미화하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편에 서서 우정을 저버리게 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나쁜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준석은 상택이라는 부유한 친구가 돈까지 가지고 나와서 서울로 상경하자는 말을 거절할 정도로 본인은 정직하고, 헌신적이고, 우정을 지키는 완벽한 의리 숭배론자라고 강하게 믿었으나, 사실 그 강직한 믿음조차도 순수한 것이 아니었다. 신성한 우정 앞에서
'니가가라 하와이'
이렇게 빈정대는 동수(장동건)까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의리와 우정을 신성시 여기고, 그거 하나로만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 신성함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배반적 행동을 보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의리 파시스트의 비극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이 영화는 우정, 의리의 범위를 넘어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니가 살면서 스스로 헌신했었던 그 마음들, 가장 순수하고 강직하다고 믿었던 그 마음에 정말 아무런 이기성이 없는 건가? 그렇게 떳떳한가?
0301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