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by yina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와 그의 아들이 등대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릴리 브리스코는 대단히 긴장한 모습을 보인다. 그녀는 왜 그토록 긴장 해야만 했을까? 그것은 남자가 결국 등대행을 감행하는 것이 삶의 잠재적인 희망을 꺼 트리는 일이고, 삶이란 고달프고 힘겨운 것이라는 파괴적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버니지아 울프는 삶의 외부적 진실보다 무의식이 가진 아름다움을 중시했다.

그렇다면 무의식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삶의 모든 것을 의미없는 것으로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품에서 드러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을 보자. 남자는 등대에 가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희망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만을 강요한다. 그러나 여자는 그래도 자식을 위해 날이 맑으면 등대에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려한다.

남자는 그렇게 함부로 불분명한 발언을 한 여자를 증오한다. 한편 여자는 제멋대로 고집스럽게 사실만을 중시하는 남자를 험오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이 갈등 때문에 얼핏보면 여자는 남자의 권위적 태도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고 여자는 남자보다 비이성적이라는 시선 때문에 여자가 불리하다는 이야기로 전형적인 폐미니즘 소설로 나아가는 듯 하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남자와 여자는 함께할 수 밖에 없고, 페미니즘을 고수해봤자 헛된 세월이 흐른다, 그리고 늙은 자신의 얼굴과 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이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버지니아 울프는 삶의 체면,명성,철학, 진리 ... 이 모든 것을 결국 무의미하다는 결론으로 조용히, 아름답게 지워버린다.

(아마 세계 1차 대전의 영향 때문일지도?)

마지막에 예술가 릴리 브리스코는 남자와 아들이 등대에 가 버리고 모든 것이 끝난 것 처럼 힘이 풀린다. 그러나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데 선 하나만 그려놓고 삶의 방대한 진리를 깨달았듯이 소설 끝난다. 이것은 무엇인가? 무의미함의 승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온갖 나약함과 고통 너머로 손을 쭉 뻗은채 거기 서 있었다. 그녀는 그가 관용을 품고 연민을 느끼며 인간의 궁극적인 운명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등대행을 성공했으리라는 사실 때문에 힘빠진 릴리 브리스코를 향해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시인)


즉 그 선은 곧, 무의미함이 인간의 궁극적인 운명이라는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진리를 드러낸다.


(릴리 브리스코는 남자와 여자가 사는 집안에 같이 동거하게 된 미술 그리는 여인.)


당신은 과학을 위해서 살아요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가장 순수한 과학.

위악스런 고집이 없는 오로지 엄밀한 학문 그 자체.

버지니아 울프는 극도의 순수성을 갈망했던 것 같다.

변화무쌍한 속세에 대한 불안이 굉장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에 등장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처럼, 그녀는 정말 고결하고 깨끗한 숙녀 그 자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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