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비평

by yina


이 작품에는 4명의 가족 구성원이 등장한다.


제임스 티론 - 아버지, 메리- 어머니, 제이미- 큰아들,

에드먼드 - 작은 아들.


연극배우이자 아버지인 티론은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세속적인 인물이고, 메리는 수녀가 되고 싶었던 시절을 집착한다.


메리 : 난 그분께 수녀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 천주님의 부르심을 확신한다고 말한 다음, 이제까지 성모님께 확신을 달라고, 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걸 깨닫게 해 달라고 기도해 왔다고 설명했어.


메리 : 날 만지면 안 돼. 날 잡으면 안 돼. 난 수녀가 되고 싶으니까 그러면 안 돼.


이렇게 메리는 모르핀에 중독되어 제 정신이 아니다. 병원비를 아끼려는 티론의 욕심 때문에 싸구려 의사에게 진단받았던 모르핀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메리는 매순간 돈을 아끼려는 구두쇠같은 티론에게 역정을 낸다. 작품은 이 지점에서 인간이 지닌 모순을 드러낸다.


얼핏 보기에 메리는 티론 때문에 모르핀에 중독된 것이며, 그와 결혼 했기 때문에 수녀라는 숭고한 꿈을 접어야 했던 불쌍한 인물로 비춰진다. 그러나 메리는 수녀를 꿈꾸면서도 실은 돈을 쓰려하지 않는 티론을 원망한다. 본인도 세속적인 것에 대해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리 : 난 여기가 내 집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어. 처음부터 잘못되었으니까. 순 싸구려로 지 은 집이야. 네 아버지는 집을 제대로 꾸미는 데 돈을 쓴 적이 없어. 여기에 친구가 없는 게 차라 리 다행이야. 손님을 초대하기도 부끄러운 집이 니까.


메리 : (초연한 차분함을 보이며) 그래요, 헛돈 쓴 거예요, 제임스. 저 중고차는 사지 말았어야 했 어요. 당신은 항상 그랬듯이 또 속아서 산 거예요. 뭘 사든지 싸구려 고물만 찾으니까


메리 : 수녀원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이 참 많았는데. 좋은 집에 사는 친구들. 그 친구들 집에 놀러도 가고 우리 집에 초대도 했었죠. 하지만 배우와 결혼을 하니까 친구들이 등을 돌리더군요. 그 당시엔 배우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잖아요.



즉, 메리를 통해

"순수함을 갈망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 하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큰형인 제임스는 술 중독, 창녀 촌에 가서 여자 만나는 것이 일상.


그런데 이 4명 중에서 유일하게 순수만을 갈망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둘째 에드먼드 다. 병약하면서도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그는 용감하다. 여느 인간들처럼 세속과 순수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는다.


메리의 대사처럼 아버지 티론은 이미 돈에 찌들었고 메리는 모르핀에 중독되어 남편 탓을 매일하고, 술과 여자만 찾아다니는 큰 형 제임스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그들은 허상만을 쫓는다.

그러나 에드먼드는 너무도 자신있게 스스로를 구걸하는 인간이라 칭한다. 나머지 세 명의 가족이 망가진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술이나 모르핀에 중독된 채로 살아가는 삶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에드먼드, 그는 무엇에 중독되었나

그는 안개에 중독된 자다.

안개속을 하염없이 걷고 싶어한다.

즉, 밤으로의 긴 여로는

에드먼드가 불청객같은 나머지 가족을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11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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