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카프카 일기 비평

짧은 비평

by yina



1. 기차가 지나갈 때, 구경꾼들은 뚫어지게 응시한다


"사람들이 뚫어지게 응시한다" 즉, 시선이

멈춰서서 무언가 관심있게 바라본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고 구경꾼이라 표현하고 있어요.

이건 뭐냐면,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 즉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이 "기차가 지나갈 때" 처럼 굉장히 사소한 것들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에요. 그래서 "사람들" 이라는 표현보다

더 한 단계 낮은 표현, "구경꾼" 이라는 말로, 사소하고

별로 중요치 않은 것들에 골똘히 반응하는 군중의 심리를 비판한거에요.


2."그가 나한테 물어볼 때면 항상" 에서 'ㄹ'이 문장에서 해방되어 공 처럼 잔디밭 위로 휙 날아가버렸다.


여기서는 ㄹ이 왜 해방되어서 날아가버렸다, 라고 표현했을까요?사실 꼭 'ㄹ'이 아니여도 되요. 'ㅇ' 이어도

상관없어요. 이건 인간의 언어라는 것은, 머릿속에서 생각할 때는 완벽한 듯 하지만, 말로 전해지는 순간 불완전해진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 거에요. 인간의 입으로 전해지는 말의 불완전성


이제 나머지 3개의 문장은 서로 완결성을 지니는데,

하나씩 살펴볼게요.


3. 그의 진지함이 나를 죽인다. 옷깃에 고개를, 머리카락은 흔들림 없이 머리 주위에 정돈되어 있고, 뺨 아래 근육은 제자리에서 당겨진 채로


여기서 "그" 란, 카프카 본인을 상징해요.

옷깃에 고개를, 이것은 사회 생활할 때 고개를

바로 들지 못 할 정도로 내성적인 본인의 모습, 그리고 나머지 머리카락도 그렇기에 경직된 느낌, 뺨 아래 근육도 마찬가지. 너무 진지해서 세계에 적응하지 못 하고 죽어버린 본인 자신을 의미.


4. 숲은 아직도 거기 있는가? 숲은 아직 거의 그대로 거기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이 열 걸음도 나아가기 전에, 다시금 지루한 대화에 사로잡혀 나는 그만 포기해버렸다.


이 부분은 좀 간단한데... 숲은 무엇이냐, 바로 문학을 의미하죠. 문학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런데 뭐가 나를

방해하냐, 지루한 대화라고 하죠. 지루한 대화는 일상에서의 사람들끼리 상투적인 대화들. 그런 맛없는 대화를 말하는 거에요. 우리는 항상 그물망처럼 거기에만 사로잡혀서 제대로 된 문학의 숲으로 들어오지를 못 한다는 거에요.


5. 어두컴컴한 숲 홈뻑 젖은 땅에서 나는 그의 흰색 옷깃만으로 길을 잘 찾아갔다.


이제 이 부분에서 본인을 죽였던 진지함이 진가를 발휘한다는 거에요. 어디에서? 어두컴컴한 숲에서.

숲의 의미는? 아까 말했던 대로 문학이라고 했죠.

세상사람들은 자기를 경직된 사람이라 보고.. 이해를

못 해주지만 문학의 세계에서 만큼은 자기의 진지함이

유일한 빛이라는 거에요.


이 다섯 개의 문장에는 공통적으로 카프카의 "진지함에 대한 파시스트적인 강박" 이 들어있어요. 나는 이렇게 죽을 만큼은 진지한데, 이 세상 사람들은 다들 너무 진지하지 않다, 가볍다 이런 비판 의식이 있는 거죠.








사실 나는 카프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 빼고) 문학이라기 보단

하나의 철학서에 가깝다. 그리고 아까 얘기했듯이

나만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고독해, 이런 소위 말하는

심각함에 대한 나르시스트가 느껴지는 작가 중 하나이기에

톨스토이도 마찬가지다. 톨스토이는 자기 스스로를

고귀한 현자라고 여기는 나르시스트적인 면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래도 그런 나르시즘은 거의 없다.

어떤 느낌이나면 소설 백치에서 나스타샤가

돈 많고 탐욕스런 로고진 이라는 작자가

그 당시 수억원에 해당하는 돈을 주며 결혼하자고 제안하지만 돈을 전부 불태워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고귀하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하려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순수.사랑.신을 향한 광기 그 자체..

어느 작가가 더 훌륭하다 함부로 논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나르시즘이 덜한 작가의 작품에 손이 가는 것은

사실. 현실에서도 순수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듯이..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할 게, 문학작품이나

영화보면서 우는 사람은 싫다. 눈물을 흘린다는 건, 개인의 감정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 나는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작품 앞에서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법.

마음 여리고 분별력이 없는 것과 순수함은 분명 다르다.


내가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의사소통이다. 입이 달린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만히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이 정말 싫다.

카프카의 문학도 마찬가지. 글을 자물쇠처럼 꽁꽁

싸매놓고 너희들이 해석해, 이런 나르시즘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 자물쇠를 푸는 행위에서 애증의 감정을 느낀다.


아마 내가 카프카의 연인이었다면

그는 나를 무지 싫어했을 것이다.





오늘 게시글 많이 올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