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백야, 비감상적 소설

비평

by yina


도스토예프스키 백야는 폐부를 찌르는 소설이다.

그의 다른 소설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패배주의가 팽배하다.

지하 생활자가 세상을 증오하는 것 처럼, 가난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자가 결국

돈이 없어 여자를 떠나보내는 것 처럼 백야의 공상가 또한 여자를 떠나보내게 되는 패배를 맞이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에게 어쩌면 연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오히려 이것으로, 사랑의 진실성은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인간이란, 삶의 진실을 깊이 바라볼 수록 뒤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상가는 매우 가난한 사람이고 사회성도 부족하고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전무한 사람이다.

그러나 소설을 자세히 읽어보면 모순적인 것들이 곳곳에 쓰여져 있다.

그가 여자를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 고독한 사람이라고 호소하지만 사실 늙은 아줌마 두어명 정도는

만나봤다는 것, 그리고 귀족 여성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는 것, 여기서부터

그의 고독이 순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말하는 고독도 결국 순수한 고립이라기 보단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허영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 뿐이라는 냉정한 결론을 도출하게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야말로 직진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랑? 믿지 말라. 너는 그냥 찌질한 놈이고 패배한 인생이다

패배한 인생을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기다리고 그러다가 고문만 당하고...

겉으로는 공상하는 척, 괜찮은 척 하지만 속은 썩어 곪아 들어가고...

그것이 바로 인생 그대로의 모습이다.


문학은 아름다운 로맨스가 아니라 현실을 더욱 더 강력하게 비추는 거울이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기에 백야의 의미는 지지 않는 뜨거운 태양 같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밝게 명백하게 헛된 공상과 로맨스를 비추는 자기 파괴적 소설이라는 의미가 된다고 본다.


남자는 겉으로는 자기 사랑이 순수하다고 믿었지만 결국 아니었다

그런데 그 여자도 똑같아. 자기 보다 더 잘난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있던 것이지.

순수한 사랑을 풍자하는 소설인 것이지.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모순.

공상가이기 때문에 나는 내일 여기 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요?

저는 미친 공상가이기에 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어차피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놈이기 때문에

공상에만 빠져 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저라도 사랑해주신다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없는,

용기 없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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