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만큼이라도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아이들 방학이라 애들에게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정도는 핑계이기는 하지만 부모들은 공감하실테다. 기가 빨린다. 집안일도 끝이 없고.
첫째가 중3, 둘째가 중2, 막내가 초6. 어쩜 이리 사춘기에 다 걸쳐 있는지 내가 그 긴긴 방학을 어찌 보냈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그들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그들의 아비와 어미 또한 쉽지 않은 시간을 견디고 있다.
방학의 끝자락. 개학 일주일 앞두고 먼저 대안학교(기숙학교)에 내려가게 된 첫째가 편지를 써 놓고 갔다.
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그지 같은' 삶에 뭐라 하지 않고 지켜봐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의 말에 짜증을 낸 건 귀차니즘 때문이지 내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말.
우선은 자신에 대해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 대견했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설명해주고 표현해줘서 고마웠다. 이해를 넘어 사랑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덧 대안학교 3년차. 새로운 반도 맘에 들고 선생님도 좋고 방 맴버도 좋다해서 출발이 좋아 덩달아 나도 감사했는데 몇 일 전 걸려온 전화에 오랜만에 익숙한 짜증이 잔뜩 섞인 딸의 음성을 들었다. 동생에게 선의로 이야기한 것이 잘못 전해져서 자신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일반 학교가 아니라 계속 얼굴을 보아야 하는 기숙학교 특성상 관계는 풀어야 했다. 그런데 사실 16살아이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하는게 쉽지 부딪혀 해결한다는 것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낸 몇 일 뒤. 다시 전화를 받았다. 그 친구에게 자신이 이야기 한 의도와 진실과 함께 사과가 담긴 편지를 보냈더니 만나서 대화하자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뭉클하고 소름이 돋았다.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면 오랜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꼭 하는 말들이 있다.
"하나도 안 변했네", "아직도 그대로네"
그리고 애들을 보고는 덧붙이는 말이 있다.
"애들이 이렇게 컸어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가 그만큼 늙었다는 증거지"
딸도, 우리의 자녀도 성장해간다. 어쩔때는 나보다 낫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역전될 수도 있겠는데라는 위기감을 느껴서야 되겠는가. 성장한 이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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