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험

표현할 수 없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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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나오려나.

출산 가방을 싸서 다닌 지 3주째가 되던 어느 날, 심각한 진통이 몰려와 때가 왔다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일하고 있던 나는 얼른 일을 마치고 안양에서 영등포로 이동하여 다시 분당으로 질주했다. 그 사이 와이프는 교회 언니가 힘내야 한다며 사준 삼겹살을 든든히 먹고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4시간여의 진통 끝에 드디어 저녁8시50분에 새로운 생명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심봤다!!

이 느낌을 경이롭다라는 단어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느낌과 감동이 몰려왔다.

반가워~

나오자마자 엄청 울어대고, 안아도 여전히 울어서 'ㅇㅇ아 아빠다' 라고 말하니 이 한마디에 울음을 그친다. 엄마 배속에 있을 때 배를 쓰다듬으며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었는데 ㅇㅇ이가 내 말을 듣고 있었나보다. 신기하고 놀랍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듣는다’는 말씀처럼 네가 나를 아는구나. 보지도 않고.

이것은 흡사 주님의 음성 같았다..

(2011/06/13)


- 덧붙이기

서른 다섯이라는 빠르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여 나를 닮은 그리고 너를 닮은 또 하나의 생명체가 눈 앞에 보여지는 일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할 재간이 없다.

얼마 전, 와이프가 내게 물었다.

"내가 애 낳았을 때 당신 기분 어땠어?"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그 때 그 느낌은 강렬했기에 대답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입을 여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표현할 단어를 찾기 힘들어서였다.


힘겨운 출산을 끝내고 병실에서 정신차린 와이프가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로 나서는 길. 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 뭔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특별한 감정이었어.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이것이 내가 한 대답이었다. 둘째, 셋째때도 이 느낌은 비슷했던 것 같다.


특별하고도 유일무이한 경험. 선물로, 손님으로 온 내 아이는 비록 이 글을 쓰는 지금. 대안학교 기숙사에 있어 옆에 없지만 보이지 않는 탯줄로 연결되어 있다.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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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