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로 그린듯한 꽃무늬
녹색 잎들 사이에 조그맣게 그려진 채
은은한 향취를 내뿜던 꽃무늬는
회색 아스팔트 위로 뛰어내림과 동시에
그 향기를 훌훌 던져버렸다
그 이름을 아무리 다시 불러도
이미 누렇게 향이 끊어진 낙화가
나에게로 와 꽃이 되는 일은 없었다
나비조차도 거들떠 보지 않는 낙화의 잔해엔
서로의 몸 위로 다른 이가 몸을 쌓은 채
미라처럼 바싹 말라 죽어있다
꽃향기를 빼앗은 도로는 어째서 향기롭지 않은가
향기는 커녕 역한 냄새가 훅 끼치는 길 위를
까치발로 조심스레 걷는다
행여 뭐라도 밟을까 싶어서
불안한 마음이 일어
바닥을 바라보며 걷는다
분명 바닥을 살피며 걷고있는데
어째서 나의 귓가에는 자꾸만
무언가 파사삭,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걸까
낙화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도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우리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