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필에 대한 고찰

다양한 사회가 되기 위한 일보

by 평사원철학자

어릴 때부터 나는 에세이를 많이 읽었고 관심을 가졌다. 어머니가 '좋은 생각'이라는 월간잡지를 구독한 환경적 영향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쓴 글을 읽으면 그 문장에 공감하면서 작가의 감정이 내게 전달되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묘사 속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희열은 나로 하여금 에세이를 읽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에세이 읽기를 그만두었다. 구체적인 계기는 없었던 거 같지만, 돌이켜보면 그 이유는 아주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경험들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들의 삶을 읽으면서 감정이 전달되는 거까지는 좋았지만 그 감정들이 나의 삶을 침범해오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나는 에세이를 읽음으로써 내가 하지 못한 일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거나 평소에 아무렇게나 생각한 일들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등 지적 호기심과 사고의 전환을 경험했다. 그 속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나의 마음은 직접 경험이라도 한 듯 작가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경험에서의 작가와의 공감으로 인해 얻은 다양한 감정들은 내면의 마음에만 머물지 않고 나의 행동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사랑을 고백하듯 스스로 끙끙거리며 상사병이 걸리듯 보이지 않는 인간의 감정은 우리의 신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에세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동반하는 행동의 변화에는 자연적이지 않고 어딘가 불편하고 미숙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마치 내 발 사이즈에 맞지 않는 명품 브랜드의 신발을 신는 듯했다.

다양한 수필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느낀 자신만의 인간의 삶의 통찰을 이야기 많이 한다. 당연히 그 통찰은 그 자체만으로도 귀중하다. 실제로도 나의 삶의 길잡이가 된 적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깨달음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타당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통찰은 그들의 삶에서 얻은 맞춤형 제작이다. 나는 그들의 깨달음을 나의 인생에 적용함으로써 나의 삶이 그들과 비슷하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줄 알았지만, 그거는 착오이었다. 전혀 그들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와는 맞지 않았다.

수필작가들의 영향을 폄하해서 출판을 금지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에게 하는 글이다. 우리는 그들과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느꼈다고 해서 너무나 쉽게 우리의 편견을 깰 필요가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각자의 삶에서 획득한 경험들의 원리들을 아주 쉽게 버리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타인에 공감하는 만족감보다 조금 힘들지만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보며 자신이 느낀 감정에 솔직해지면서 느끼는 자유함에 더 큰 기쁨을 느끼고 싶다. 삶에 대한 타인들의 수많은 통찰로 인해 족쇄가 채워지는 것보다 어리숙하고 미숙한 나의 자유함을 느끼고 싶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게 되었다.

현대 사회에 대해서 느끼는 나의 위화감은 에세이에서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 포장이 아주 잘되고 자유로워 보이고 부조리에 맞서고 있는 정의 등등 인간 사회에서 명백한 선한 가치관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치관을 공감을 유도하면서 각자의 삶에서 얻은 통찰력을 묵살하고 있다. 그리고 어리석은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다수들이 공감한다는 통찰을 다수의 힘으로 인간사회에서 정의라고 선포한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글은 에세이에 대한 고찰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를 넓히지 않겠다.)

여러 장르의 에세이는 나의 삶을 윤택하게 했고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에도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떤가. 각자가 자신의 삶의 통찰을 적어보고 인간의 삶의 대해 이야기해보는 건 어떠한가. 인간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구성원으로 가득 차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의 자유를 획득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기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무지개는 단순히 보면 7색이지만, 더욱 자세히 보면 인간의 감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무수한 색깔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듯이 누가 인식할 수 없더라도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 인간사회를 더욱 다양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길임을 기대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들만의 레이스